'놀면 뭐하니'에 박성제 MBC 사장이 만든 '수제 스피커' 노출방송 직후 '캡처화면+제품 특장점' 홍보 '블로그 포스팅' 등장
  • ▲ 지난 18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C 유재석과 게스트들이 앉은 자리 뒤편에 '쿠르베 오디오'의 최고가 제품이 놓여 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 지난 18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C 유재석과 게스트들이 앉은 자리 뒤편에 '쿠르베 오디오'의 최고가 제품이 놓여 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박성제 MBC 사장이 직접 개발하고 상표까지 보유한 고가의 스피커가 지난 18일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놀면 뭐하니?)에 등장하자, 한 블로거가 해당 장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스피커의 재질과 장점 등을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류의 포스팅은 광고주의 의뢰로 진행되는 유료 광고가 대부분이다. 통상적으로 포스팅 1건당 30만~40만원이 지급된다.

    MBC에 따르면 이 스피커는 개발자인 박 사장이 기증한 것으로 해당 업체(쿠르베 오디오)는 MBC와 PPL 계약을 맺지 않았다.

    결국 박 사장 덕분에 10여 분간 '공짜 PPL' 효과를 누린 쿠르베 오디오가 이를 블로그 마케팅에 활용하며 고가의 스피커를 저렴하게 홍보하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에 따르면 '놀면 뭐하니?'처럼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PPL 가격은 2분 노출에 20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만화가 김연승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쿠르베 오디오'는 박 사장이 2013년 설립한 '하이엔드(최고급) 수제 스피커' 업체다. 해직자 시절 취미로 목공예를 배운 박 사장이 직접 원목을 깎아 만든 스피커를 오디오 동호회에 팔기 시작하면서 사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후 블로그에 "놀면 뭐하니?'에 나온 스피커" 홍보글 올라와

    '쿠르베 오디오'의 최고가 제품(1개당 1200만원)인 '쿠르베 트리니티' 스피커가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건 지난 18일. 그런데 이틀 뒤 한 블로그에 "'놀면 뭐하니?'에 나온 스피커 정보를 확인해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블로그 운영자는 지상파 방송에도 수차례 출연한 적이 있는 파워블로거 K씨.

    K씨는 이 포스팅에서 "'놀면 뭐하니?'는 토요일 오후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 예능인데, 이번 회차에서는 눈에 띄는 소품들이 있어서 찾아봤다"고 말했다.

    K씨는 "이번 회차에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템은 바로 게스트들 뒤쪽으로 등장한 화려한 스피커였다"며 "이는 '쿠르베'라는 한국 브랜드 제품으로, 주문 후 제작이 시작돼 받아보는 데 최대 4주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스피커는 3개의 인클로저와 스탠드로 인한 조각품 같은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라고 강조한 K씨는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적층 가공한 원통형 인클로저를 사용함으로써 깊고 풍성한 울림을 즐길 수 있다"는 특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K씨는 '쿠르베 트리니티' 스피커의 판매 사이트와 연결되는 "쿠르베 스피커 더 구경해보기"라는 링크 주소를 걸었다.

    국민의힘 "박성제 사장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한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본부는 지난 29일 MBC노조 성명과 본지 보도로 박 사장이 만든 브랜드 제품이 MBC 간판 프로그램에 버젓이 노출된 사실이 드러나자 "특정 업체의 고가 물품을 방송에 지속 노출함으로써 방송을 사유화한 박성제 사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영석 미디어본부장은 "MBC가 인기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사옥은 PPL 등 유료광고로 재산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MBC의 업무용 재산인데, 그런 장소에 대가 없이 특정인의 상품을 진열해뒀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윤 본부장은 "인기예능 프로그램의 PPL은 짧은 시간 노출에도 수천만원을 광고비로 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 오디오 업체로서는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박성제 사장이 업체 대표직에서 물러나 있다고는 하지만 지분관계나 사장 퇴임 후 어떤 행보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박성제 사장의 스피커를 지속적으로 방송에 노출시킨다는 것은 방송을 개인의 사익 추구에 이용한 '방송의 사유화'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성제 사장은 최악의 불공정 편파방송과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을 차별하고 탄압한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한 윤 본부장은 "박성제 사장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모든 것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고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이 같은 지적과 질타에 대해 MBC 측은 "박성제 사장은 2017년 복직과 동시에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뗐고, 해직 기간 중에도 여러 곳에 스피커를 기증해왔다"며 "순수한 기증을 놓고 PPL 특혜나 방송 사유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도를 지나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 ▲ 쇼핑몰 '쿠팡'에 등재된 '쿠르베 트리니티' 스피커 판매 페이지에 박성제 MBC 사장의 얼굴이 올라와 있다. 해직자 시절 목공예를 배운 박 사장은 '쿠르베'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트리니티 스피커를 개발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쿠팡 홈페이지
    ▲ 쇼핑몰 '쿠팡'에 등재된 '쿠르베 트리니티' 스피커 판매 페이지에 박성제 MBC 사장의 얼굴이 올라와 있다. 해직자 시절 목공예를 배운 박 사장은 '쿠르베'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트리니티 스피커를 개발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쿠팡 홈페이지
  • ▲ 특허청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쿠르베(Courbe)'라는 상표와 '트리니티 스피커'의 디자인이 '박성제'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허청 홈페이지
    ▲ 특허청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쿠르베(Courbe)'라는 상표와 '트리니티 스피커'의 디자인이 '박성제'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허청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