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육필 서신 단독 입수… 유영하 엮음, 가세연 출간"집토끼는 고마우면서도 두려운 대상"… 朴 국민에게 감사, 정치권엔 '쓴소리'
  •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직접 쓴 친필 메모.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를 모두 읽고, 그때그때 메모 형식으로 답장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직접 쓴 친필 메모.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를 모두 읽고, 그때그때 메모 형식으로 답장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지난 17일 박근혜(70)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단독 공개한 뉴데일리 보도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작성한 육필 메모를 책으로 엮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지지자들에게 받은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적은 것을 취합한 것으로, 박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는 물론, 지금껏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사진들까지 담아 네티즌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책에 담을 편지를 추리고, 박 전 대통령의 답장을 취합하는 작업을 진행한 가로세로연구소는 21일 "불과 5일 만에 예약 판매량이 1만권을 돌파했다"며 "딱 3만권만 인쇄를 한 상태인데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추가 인쇄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메시지' 핵심은 감사와 위로

    특히 정식 출간에 앞서 이 책을 독점 입수한 본지가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단독 보도하면서 총선 전인 지난해 3월 이후 22개월 만에 공개되는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대해 네티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서신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믿었던 주변 인물의 일탈과, 함께했던 이들이 저에게 모든 짐을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토로하면서도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은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타인의 잘못조차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같은 고뇌에 찬 토로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박 전 대통령이 이 편지에서 하려는 말은 국민에 대한 '감사'와 '위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는 편지를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다"며 "오늘은 어떤 분이 어떤 이야기를 보내주실지 기다려지고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편지를 받으면, 그 편지에서 전해지는 국민의 따뜻한 마음과 이야기들로 '작고 외진 공간'이 가득 채워졌다고 묘사한 박 전 대통령은 "가장 깊은 어둠의 시간들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하며 격려와 사랑을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바란다"며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모질면서도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박 전 대통령의 성품은 지지자들에게 쓴 답장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사실상 정치적 쿠테타로 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과 국민을 사랑한다는 그의 말에서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가 오버랩 된다.

    "이처럼 사랑이 담겨 있는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저는, 어쩌면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 한 순간도 이 나라를 저버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때로는 극한의 고통과 아픔도 겪었지만 제게 주어진 삶을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을 다지곤 했습니다."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제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을 사랑할 것입니다."

    ■ "얕은 꾀로 환심 사려 하면 집토끼 가출할 것"

    그러나 한없는 자애로움 속에서도 법과 원칙을 허무는 '타협'이나 '절충'은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기도 엿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후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에 대해 "북한의 만행은 용서받지 못할 반인류적인 범죄"라고 규탄했고, 과거만 붙잡고 남 탓만 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는 편지엔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그로 인해 정권을 잃게 되더라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될 일이라고 판단되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주의를 좀먹으려는 벌레들에게 절대로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편지에는 "그런 벌레들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그리고 없애야 할 '공공의 적'일 것"이라며 "'애국'이라는 유전자가 국민들의 마음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는 절대 거져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답했다.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전교조 선생님을 상대로 시위한 것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는 편지에는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우리 역사를 가르쳐 줄 의무가 있다"며 좌편향적인 교육이 문제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본 어떤 학생이 '왜 이런 역사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울면서 원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기억이 있다"며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은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배울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할 줄 알고, 옳지 않은 것에는 저항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당시 조국 후보의 청문회를 지켜보며 분노가 커졌다'는 편지에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며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하고, 특히 남에 대한 말을 할 때에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생각해서 그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하지 말라'고 가르쳐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며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짓말이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며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도지지층 확보에만 골몰하는 야권에 대해도 우려 섞인 시각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우파 국민을 겁박하고 표를 갈취하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집토끼는 이제 안 하겠다. 자한당이 민심을 못 읽는 것 같다'는 편지에 "정치판에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이 있다"며 "님의 말씀처럼 소위 집토끼는 만만한 대상이 아니라 고마우면서도 두려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토끼는 언제나 내가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집토끼는 모두 밖으로 나가버릴 것"이라며 "언제나 가둬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정치인들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을 무겁게 바라보면서 옳은 정책을 위해 노력하면 산토끼도 산에서 내려와 스스로 품 안으로 들어오겠지만, 얕은 꾀로 잠시 환심을 사려고 하면 있는 집토끼도 가출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구름을 헤집고라도 해는 비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자신의 상황에 대해 "엉킨 실타래는 시간이 지나면 한 올 한 올 풀려질 것으로 믿는다"며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탄핵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해진 온갖 음해성 루머들도 언젠가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은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먹장구름은 해를 잠시 가릴 수는 있을지언정 꽁꽁 붙들어 매지는 못합니다. 구름을 헤집고라도 해가 비칩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말씀이 새삼 크게 다가옵니다. 진실은 더디게 다가오지만 끝내는 올 것이고, 오늘의 시련을 참고 견디어 내면 반드시 밝은 날이 올 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입니다. 모든 것이 지나가지요. 좋은 기억을 가진 행복한 시간이든, 나쁜 기억을 지닌 힘든 시간이든 모두 지나갈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밖에서 저를 지지해주시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고 견디고 있습니다.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 앞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겨낼 것입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직접 쓴 친필 메모.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를 모두 읽고, 그때그때 메모 형식으로 답장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