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 조사에서 '아들 도박 논란' 배제… '배우자 자질'만 물어평론가 "선거철 성행하는 기획성 여론조사… 객관성 떨어져" 지적"특정 후보에 부정적 질문 안 된다" 기준에도… 여심위 "편향 아니다"
  •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의혹을 연상시키는 '배우자 논란' 질문을 문항에 넣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 도박 논란' 관련 질문은 하지 않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의혹을 연상시키는 '배우자 논란' 질문을 문항에 넣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 도박 논란' 관련 질문은 하지 않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와 관련해 편파성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의혹을 연상시키는 '배우자 논란' 질문을 문항에 넣은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 도박 논란' 관련 질문은 배제한 것이다.

    '가족 리스크' 동시에 터졌지만…'배우자 논란'만 질문한 KSOI

    문제의 KSOI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20일 발표됐다. 조사 문항은 7개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지지 후보 교체 의향 ▲대선후보 토론회 횟수▲대장동, 검찰권 남용 의혹 특검 ▲후보 배우자 논란 영향 ▲정당 지지율 등의 순이었다. 이는 특정 이슈에 관해 묻는 기획조사가 아닌, TBS 의뢰로 진행된 KSOI의 44차 정례 조사였다.

    KSOI는 우선 특검 관련 질문에는 여야 후보 의혹 모두 거론했다. '선생님께서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관련 모든 의혹과 윤석열 후보의 검찰권 남용 관련 모든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에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문항 5번)라고 물었다.

    '가족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한 가지 사안만 물었다. 특검 관련 질문에 이어 곧바로 '대선후보 배우자의 자질이 후보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문항 6번)라는 질문이 나왔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대표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반면 이 후보의 아들 도박 논란 관련 질문은 제외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17~18일 이틀이다. 이 후보 첫째아들의 도박 논란(16일),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대표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14일) 등이 불거진 뒤였다. 그런데도 윤 후보 배우자의 문제만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 대상의 유권자들에게 물은 셈이다.

    윤 후보는 이 조사에서 선두 자리를 이 후보에게 내줬다.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후보는 37.4%, 이 후보는 40.3%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같은 기관의 지난 조사 대비 0.3%p, 윤 후보는 4.6%p 떨어졌다. 두 후보 모두 하락했으나 윤 후보의 하락세가 더 컸다. 이에 두 후보 간 격차는 1.4%p(윤석열 우세)에서 2.9%p(이재명 우세)로 벌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KSOI의 지난 조사(10~11일 조사)에서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차기 대선 당선 가능성 ▲지지 후보 교체 의향 ▲차기 대선 성격 ▲기득권 유지에 가장 집착하는 정당 ▲베이징올림픽 '외교 보이콧' 여부 ▲정당 지지율 등의 순으로 물었다.

    여론조사 관련 현행법은 특정 후보를 대상으로 한 편향적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5항 1호에 따르면 '(조사업체 등 누구든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해 질문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의 선거여론조사기준 6조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 등의 질문지를 작성하거나 질문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런 식의 기획성 여론조사는 선거철이면 성행한다"며 "(KSOI 조사는) 객관성이 조금 떨어지는 여론조사였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 지난 20일 발표된 KSOI 여론조사 질문 문항 일부 항목. ⓒKSOI 여론조사 일부 캡처
    ▲ 지난 20일 발표된 KSOI 여론조사 질문 문항 일부 항목. ⓒKSOI 여론조사 일부 캡처
    여심위 "편향 질문 아니다"

    반면, 선관위 산하 여심위는 KSOI의 질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심위는 22일 뉴데일리에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5항 및 선거여론조사기준 제6조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심의기준 등에 비춰볼 때 (KSOI의 배우자 관련 문항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여 질문하는 행위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윤 후보의 사과는) 이 후보에 비해 굉장히 곡절이 많았다"며 "여론이 많이 움직였고, 이를 더 보고 싶어서 (배우자 논란) 그 케이스를 하나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여야 특검 관련 질문과 관련해서는 "(다른 조사에서도) 특검을 양쪽 다 받아야 한다 내지 특검을 하나만 한다면 누구를 해야 하는냐 식의 조사는 많았고, 두 특검을 함께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생각을 그 이전에도 물은 적이 있다"며 "그래서 동일 항목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한 질문"이라고 해명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