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김 의원 등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한반도 안보 심각하게 훼손하고 美안보에 재앙 초래”외교부 “美의회에 종전선언 지지자 있다…평화협정 전까지 주한미군·유엔사 변화 없어”
  • 美공화당 소속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과 영김 하원의원. 두 사람 다 한국계다. ⓒ페이스북 캡쳐.
    ▲ 美공화당 소속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과 영김 하원의원. 두 사람 다 한국계다. ⓒ페이스북 캡쳐.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5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추진을 반대한다”는 공동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종전선언이 평화 증진보다는 한반도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 결국 미국 안보에 재앙을 초래하고 한국과 미국, 일본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에 “미국 내에도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영김 등 공화당 하원의원 35명, 7일 종전선언 반대 서한 공개

    영김, 미셸 박 스틸, 마이클 맥카울, 크리스 스미스, 스티브 차봇 등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5명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종전선언 추진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종전선언은 평화 증진보다 한반도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며 “상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불러낼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북한은 종전선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에 대한 협상을 하기 전에 대북제재를 완화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한은 제재 회피를 위한 불법 활동을 계속 저지르는 등 한국, 미국, 유엔과의 합의를 반복해 어기고 있다고 의원들은 지적했다.

    또한 종전선언에 따라 이어질 평화협정은 북한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구실을 줄 것이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하기에 앞서 미군 철수를 논의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한미동맹의 통합 억지력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국가안보에 재앙을 초래하고 수많은 한국과 미국, 일본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의원들은 주장했다.

    의원들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불법 활동을 중단하고, 인권 탄압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만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면서 “(종전선언 추진은) 한국과 미국, 동맹국이 김씨 정권의 공격성에 맞설 수 있는 입지를 상당 부분 약화시키는 일방적인 양보로 시기상조이며 동맹국의 공유 가치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거듭 종전선언 추진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될 때까지 (종전선언 등) 적대행위 종식선언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종전선언 선결조건 내걸었는데…외교부 “종전선언, 안보에 영향 안 줘”

    美하원의원들의 지적처럼 북한은 종전선언 제안에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9월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현 시점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 정세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얼마 뒤 김여정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슬쩍 띄우면서 “쌍방 간 존중이 보장되고 편견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정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대북제재 완화와 한미연합훈련 전면중단, 주한미군철수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밀었다.

    한편 美하원의원들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공동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진 8일 오후,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미국 의회 내에 종전선언 추진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지난 5월 美민주당의 브레드 셔먼 의원이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안’에 종전선언을 포함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법안은 공화당 의원을 포함해 총 33명이 공동 발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의원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를 논의할 기회를 만들기 때문에 역내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내용을 두고 이 당국자는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고 유엔사령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존립 근거를 두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주둔은 종전선언과 별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평화협정 발효 전까지 현재의 정전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며 주한미군, 유엔사령부는 종전선언과 무관하다”며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상징적 조치일 뿐 현재 정전체제의 법적·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시점에서 추진되는 건 평화협정이지 종전선언이 아니다”며 “종전선언은 남북과 미북 대화 재개,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교부의 반응을 두고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특정 국가의 정치권 움직임이나 언론보도에 대해 우리가 논평하는 것은 외교관례 상 적절치 않다”며 논평을 거절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