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발언' 22일 만에 호남 방문… 대진연에 가로막혀 충혼탑 못 가대진연, "길 터 달라" 경찰 요청도 무시… 5·18 유족과 차담회도 불발5·18 활동 했던 홍남순 유족 "광주·전남인들이 윤석열 긍정적으로 봐"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발언문을 읽고 있다.ⓒ뉴데일리DB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발언문을 읽고 있다.ⓒ뉴데일리DB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호남을 찾았다. 윤 후보의 호남 방문은 지난 7월17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며, '전두환 발언'을 한 지 22일 만이다. 윤 후보는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려 했으나 전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등 시민단체가 경찰까지 막아 세우며 충혼탑에 이르지 못했다.

    尹, 광주 찾아 '전두환 발언' 사과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성명을 통해 "저는 40여 년 전 5월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것으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며 "지켜봐 달라. 여러분께서 염원하는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것은 '전두환 발언'으로 분노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골고루 기용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유감 표명을 했지만,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SNS에 게시되며 조롱사과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대진연에 막혀 묵념으로 대체

    이날 윤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대진연 소속 50여 명은 윤 후보의 참배를 저지하기 위해 충혼탑 앞을 막아섰다. 대진연은 전남대·조선대·광주대 등 호남지역 대학에 윤 후보를 비판하는 대자보도 내걸었다.

    200여 명이 넘는 경찰이 있었지만 윤 후보가 도착하자마자 지지자·취재진·대진연이 엉키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윤 후보가 성명을 읽는 동안 일부 시민은 '욕하지 맙시다. 계란을 던지지 맙시다'라고 쓴 피켓을 들었고, 대진연은 "윤석열 나가라" "윤석열 사퇴하라"를 연신 외쳤다.

    이들은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 달라는 경찰의 요청에도 버텼고, 오히려 몸으로 밀며 윤 후보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윤 후보는 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통과 후 17분 만에 충혼탑 가는 길 중간에 멈춰 성명을 읽었다.

    윤 후보 측에 따르면, 이날 민주묘지 참배 후 5·18 유족들과 차담회를 갖기로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하게 약속이 취소됐다.

    윤 후보는 현장에서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를 드렸고, 이 순간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 받은 국민과 특히 광주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밝혔다.

    '광주 방문을 두고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저는 쇼를 안 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지금까지 발언 중 후회되는 것이 없다는 견해가 그대로인지 묻자 "발언이 잘못되고 그 발언으로 다른 분들께 상처를 줬으면 질책 받고 책임을 져야지, 후회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 달라는 요청이 나온다'는 지적에는 "저는 5·18 정신이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홍남순 유족 "힘 갖고 열심히 해 달라" 덕담

    한편, 윤 후보는 이날 호남 방문 첫 일정으로 전남 화순군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찾아 유족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홍 변호사는 5·18 당시 군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유족 측은 "바쁘신데 시간을 쪼개서 여기를 방문해 주셔서 유족들이 영광이고 고맙다"며 "역대 대통령 후보 중 (홍 변호사 생가 방문은) 윤 후보가 처음"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또 다른 유족은 "윤 후보는 광주·전남인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힘을 갖고 열심히 해 달라"고 응원했고, 윤 후보는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유족 측은 <영원한 재야, 대인 홍남순>과 <명성황후 평전> 책을 선물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목포에서 전직 시의원·구의원 등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인사들과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호남 방문 첫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