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부친, 기획부동산 통해 하남시 그린벨트 매입평당 46만원대 임야… 2년 후 평당 85만원대로 올라기획부동산 측 "태연, 시세차익 노린 투자로 봐야"
  •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본명 김태연·32)이 기획부동산에 속아 거액에 샀다고 알려진 경기도 하남시 땅이 2년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 결과, 태연의 부친 A씨는 2019년 대형 부동산그룹 B사 관계자로부터 하남시 초이동 모처에 개발 호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 태연의 명의로 864평(2856㎢)에 달하는 임야를 11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해당 임야를 4억원(평당 46만2963원)에 사들인 B사는 석 달 만에 7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평당 127만3000원에 이 땅을 A씨에게 팔았다.

    당시 A씨가 시세보다 3배가량 높은 가격에 사들인 땅은 하남시 초이동 산에 위치한 단필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A씨가 매입한 초이동 산XX 인근 임야는 올해 평당 85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 B사가 사들일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기획부동산 관계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년 해제… 땅값 오를 것"

    이와 관련, 기획부동산 관계자 C씨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A씨가 2년 전 초이동 임야를 시세보다 3배 높은 가격에 매입했는데 2년 만에 2배가 올랐다"며 "향후 초이동과 감북동 일대가 퓨처밸리 개발지로 확정되고 그린벨트가 풀리면 인근 일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C씨는 "언론 보도를 보니 태연씨가 자신은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 땅을 매입한 것이라며 결코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고 말했으나,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개발제한구역을 '거주용'으로 샀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씨는 "분명 태연 씨 부녀는 하남시가 '초이IC' 주변으로 퓨처밸리 조성을 계획 중이라는 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땅을 샀을 것"이라며 "향후 전망을 고려해 볼 때 2년 만에 2배가 올랐다면 엄밀히 말해 피해자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C씨는 "일부 언론은 A씨가 산 땅이 산림보전법상 '보전 산지'로 묶여, 군사시설이나 공공시설이 아니면 용도를 바꿀 수 없는 '개발 불가능 지역'이라고 못박았으나 이는 현실을 무시한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아파트 부지 중 원래 '보전 산지'였던 곳이 많다. 신도시가 다 그린벨트 풀어서 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하남시가 지난해 7월 감북동·상산곡동·초이동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 1881필지(1만672㎢)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해당 지역의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취득하게 될 경우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했는데, 이는 땅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 개발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묶어 버린 것"이라며 "이 규제는 내년 7월에 풀린다. 용산도 그렇게 개발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 "환경 1·2등급 그린벨트 투자, 위험성 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D씨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하남시 초이동과 감북동 일대에 개발 호재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나, 특정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D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퓨처밸리는 용역사가 하남시에 제안한 내용일 뿐 아직까지 확정된 사업이 아니고, 개발 후보지 인근이라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평가 1·2등급을 받았다면 그린벨트 해제가 힘들어 질 수 있다"며 "막연한 가능성만 믿고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초이동은 서울 강동구와 하남시의 경계에 있는 요충지로 하남시가 '하남퓨처밸리' 개발을 검토 중인 지역이다. 서울 강동구에 들어설 예정인 지하철 9호선 생태공원역 용지와 비교적 가까운 데다가,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구리~하남 구간에 '초이IC' 개발까지 예정돼 있어 향후 교통 요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A씨가 태연 명의로 매입한 임야 일대는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으나, 여러 가지 개발 호재가 겹쳐 있는 관계로 2년여 전부터 기획부동산을 낀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찰, 2500억대 기획부동산 사기 의혹 수사

    한편, 경찰은 기획부동산 업체 B사가 애당초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전도유망한 땅으로 속여 개인투자자들에게 비싸게 판 것으로 파악하고, B사 측 인사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 회사가 개그맨 등을 영업 사원으로 내세워 3000명가량을 끌어모아 2500억원대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B사 계열사 4곳의 대표를 상대로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및 농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