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간절함, 대북제재 완화에 이용하려 듯”“김정은, 대북제재 해제나 경제적 보상 노려… 남은 文 임기 동안 가능성 탐색할 것”
  • ▲ 지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의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본 미국 안보전문가들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대신 문재인 정부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김정은,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거부”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일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바이든 정부를 비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을 분명히 거부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날 김정은의 시정연설에 대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수석부차관보,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등의 의견을 전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특보는 “김정은이 어떤 계산을 하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북한이 지금은 미국과 대화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며 “왜 그러는지 몰라도 김정은은 ‘미국의 적대정책’을 핑계로 대화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은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협상 자세로 북한과 관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김정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미국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싶어하는 걸 북한은 알고 있고, 북한은 그 주제로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다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다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나이더 CFR 한미정책국장 “김정은, 문재인 남은 임기 동안 ‘보상’ 원할 것”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제재 해제라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북한 내부경제 상황이 매우 절박하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에게 모든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제재 해제”라며 “한국이 제안한 종전선언이나 인도주의적 지원 모두 김정은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미정책국장은 “김정은의 연설에서 대미전략에 변화가 있다는 징후는 없지만 ‘전술적 변화’는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때는 미국과의 대화에 집중하던 북한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남북대화에서 성과를 올리는 쪽으로 전술을 선회한 것 같다는 게 스나이더 국장의 설명이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미국보다는 한국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면서 “김정은은 어떤 형태로는 남북 간 경제협력 관계를 복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북한이 여러 가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시간은 충분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한, 정상회담·종전선언 바라는 한국의 간절함 이용하려 할 것”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은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종전선언도 적극 추진하려 하는데 북한은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간절함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위해 한국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김정은의 주장을 두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는 한미군사동맹을 끝내고, 주한미군과 한반도 및 주변에 배치한 미군 자산을 철수하라는 뜻”이라며 “북한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남북대화에 대한 한국의 간절함을 기회로 삼으려는 듯 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