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건물주 박중훈, '화천대유 투자사'에 74억 대여'SK 최기원' 킨앤파트너스에 빌려준 400억도 화천대유에 투자
  • 영화배우 박중훈(55·사진)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초기 자금을 댔던 부동산 투자회사 '엠에스비티(MSBT)'에 지난 2015~2017년 두 번에 걸쳐 총 74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가 2016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2015년 '킨앤파트너스(KEEN & PARTNERS)'에서 291억원, 엠에스비티에서 60억원을 빌린 사실을 공시한 바 있어, 박중훈이 엠에스비티에 빌려준 돈이 사실상 화천대유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중훈 아내 명의 강남 빌딩, 시가 500억 육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중훈이 주식 38만주(100%)를 보유한 '일상실업'은 2015년 20억원을 연리 12%로 엠에스비티에 빌려줬고, 2017년에는 추가로 54억원을 연리 6.25%로 빌려줬다.

    2011년 자본금 19억원으로 설립된 일상실업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하고 있다. 대표자는 박중훈의 아내인 윤O(54) 씨.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타워432빌딩(구 IS타워)의 소유주가 바로 일상실업이다. 사무실은 이 건물 2층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임대료와 관리비 수입으로 1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3년 5층짜리 IS타워를 60억원에 매입한 박중훈은 2014년 50여억원을 들여 지하 4층~지상 14층 연면적 1176평 규모로 지금의 타워432빌딩을 신축했다. 이 빌딩의 시세는 현재 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일상실업이 거액을 빌려준 엠에스비티의 사무실도 같은 건물 10층에 있다는 점이다.

    엠에스비티의 대표자는 서OO 씨. 엠에스비티의 최대주주는 주식 1만7900주(89.5%)를 보유한 '크로체코리아(CROCE KOREA)'다. 박OO 씨가 대표로 돼 있는 크로체코리아는 커피 및 차류 도매업을 하고 있다.

    연 매출 '1억 이하' 엠에스비티‥ 화천대유에 60억 대여

    2007년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엠에스비티는 2015년 1억34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익이 없다가 2019년 618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수년간 실적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엠에스비티는 돌연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에 60억원을 대여했다.

    같은 기간 엠에스비티가 박중훈의 일상실업으로부터 빌린 돈은 20억원. 그렇다면 엠에스비티가 또 다른 전주(錢主)로부터 나머지 40억원을 받아 투자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엠에스비티가 화천대유에 20억원을 빌려줄 당시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는 291억원을 화천대유에 빌려줬다. 이 돈은 자체 자금력이 거의 없던 화천대유의 초기 운영비와 계약금 지급 등으로 쓰였다.

    조선일보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킨앤파트너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400억원을 빌려 화천대유에 투자했다.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 투자 외에도 자회사 '플레이스포'를 통해 숙박·커피 사업을 벌였는데, 최 이사장은 이 분야에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비티 최대주주는 커피 도매업체

    주목할 만한 점은 엠에스비티의 최대주주인 크로체코리아가 커피 및 차류 도매업체라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최 이사장과 크로체코리아, 킨앤파트너스의 상관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킨앤파트너스의 '전주' 역할을 한 최 이사장이 차명으로 화천대유에 투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킨앤파트너스와 SK측 인사와의 관련성을 묻는 한국경제의 질문에 "개인 투자자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과는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엠에스비티 관계자는 "박중훈 측으로부터 돈을 빌렸지만 그 돈으로 화천대유에 투자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엠에스비티는 2017년 화천대유 대여금을 투자금(131억원)으로 전환해 사업부지의 우선수익권을 확보한 뒤 지난해 327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