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허위사실 땐 5년 징역 또는 5000만원"… 인재근 대표발의, 윤미향 공동발의김용민은 "일제 찬양·고무 땐 10년 징역 또는 2억 벌금" 역사왜곡방지법 대표발의"위헌적" 민변도 반대… 학계 "전체주의" "역사 획일화" "표현자유 침해" 강력 반발
  • ▲ 서울 종로구 전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소녀상. ⓒ뉴데일리
    ▲ 서울 종로구 전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소녀상. ⓒ뉴데일리
    더불어민주당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를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발의해 또다시 '역사의 사법화'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5·18 왜곡 처벌법'에 이어 여당이 역사를 획일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발의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국회 소관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개정안의 골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 왜곡과 피해자를 향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 의원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피해자들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방송이나 기타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학문 연구나 예술적 창작 목적을 위한 행위,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툭하면 내놓는 역사왜곡 처벌법

    여당의 역사왜곡 처벌법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5·18 역사왜곡 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근거로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도 지난 5월 '역사왜곡 방지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일본제국주의를 찬양·고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진보성향 단체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변은 논평을 통해 "위헌적 역사왜곡 방지법 발의에 우려를 표한다"며 "민주주의에서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은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 매커니즘에 따라 1차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획일화, 표현의 자유 침해"

    학계에서는 잇따른 역사왜곡 처벌법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역사를 획일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역사적 진실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극우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역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면모가 있다"며 "새롭게 발견된 역사적 사실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처벌하는 것은 전체주의적이고 역사의 획일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연구위원은 "역사적 사건을 연구하다 보면 학계 주류 담론이나 통념과 다른 사실이 나올 수 있는데, 이걸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알리면 처벌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사 영역의 문제를 입법을 통해 사회적 처벌을 가하는 것은 자유의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처벌을 유예하는 예외조항과 관련해서도 "반대로 해석하면 그 외 모든 것은 처벌하겠다는 뜻"이라며 "학문 연구나 예술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목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싸잡아 중범죄로 처벌하겠다는 접근이기 때문에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野 "의견 다르다고 처벌하는 것은 과해"

    '위안부 왜곡 처벌법'을 심의하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개정안에 난색을 표했다.

    양 의원은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만드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양 의원은 "사회에서 똑같은 목소리로 의견이 통일되어야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있기 때문에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인 의원 외에 여당 의원 8명(김민기·서영석·소병훈·윤관석·이규민·이장섭·최혜영·허종식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공동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