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하겠다는 방심위원장의 속뜻
  • ▲ 정연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연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어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편파의 달인, 내로남불의 원조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그가 방송 보도와 인터넷 유통 정보 심의를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이 된 것이다.

    예상컨대 ‘방송계의 조국’이란 별명이 붙은 한상혁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원조 내로남불’ 정연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정국에서 쌍벽을 이루며 여권 승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 노릇을 할 게 틀림이 없다. 철저한 친노(친문)친여 행태를 보인 이들의 과거 행보가 반증한다.

    정 전 사장에 관한 문제를 다시 지적하기 전 일단 방심위 정연주 위원장 임명설이 부상한 초기 여당의 뻔뻔함부터 지적해야겠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 전 사장을 방심위원으로 추천하고 위원장에 임명하리라는 보도가 나오고 야당이 반대하면서 야당 몫 인사 추천을 미루자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야당이 방심위 출범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핑계를 대고 있다. 공개된 것도 아닌데 정연주 전 KBS 사장 같은 대통령의 특정 추천 인사를 거론하며 이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맹비난하고 있다. 이유가 될 수 없다. 유추하건대 야당이 추천하고자 하는 위원들이 자격 시비가 걸릴 것을 걱정하는 듯하다.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

    “대통령이 정연주 전 사장을 공식적으로 지명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야당이 이를 트집 잡아 논의 자체를 거부해 버린 것이 문제다. 설령 대통령이 정 전 사장을 임명한다 하더라도, 그건 엄연히 대통령의 임명 권한이다. 야당이 발목잡을 권리는 없다.” (당시 국회 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시사저널 6월 21일 보도)

    정연주 방심위원장 임명설이 사실이 되면서 그때 민주당 측이 오히려 야당 탓으로 돌린 이런 적반하장 발언들은 그야말로 정연주를 낙하산으로 꽂기 위한 물타기였음이 증명됐다.

    또 하나의 전쟁터 방심위, 야당은 준비됐나

    또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우려하는 것은 야당만이 아니다. 이 소식을 듣고 다수 언론들이 사설과 칼럼 등으로 지금 반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측이 대통령의 임명 권한 운운한 것도 어이없다. 대통령 권한이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건가. 과거 지금의 야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인사권에 숱한 반대와 저지를 위해 실력행사를 해온 게 바로 민주당 아닌가. 이 주장이야말로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을 억누르기 위한 여론호도용이다.

    야당이 정연주 위원장설을 트집 잡아 방심위 구성을 하지 못해 ‘디지털 성범죄’ 심의를 하지 못해 국민 피해가 크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성범죄 정보 심의를 못해 피해를 입는 국민의 수와 지독한 편파 인사 정연주 방심위원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의 수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간 정 위원장이 보인 성향대로 ‘친문 무죄 반문 유죄’ 내로남불 심의를 한다면 정권 쪽을 비판하는 방송과 인터넷 정보는 삭제, 차단당할 것이고 반대로 정권찬양과 홍보만 넘쳐날 것이다.

    정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방송과 정보 통신의 규범들이 규정한 책무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는 규제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늘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뿌리”라면서도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법령과 기준을 통해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많은 국민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그가 그동안 증명해온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앞의 말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그럴싸한 수사에 불과하고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심이라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정 위원장의 “무엇보다 우리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저는 밖으로부터 어떤 압력도 막아낼 것이다. 저와 함께 하는 심의 위원님들 모두 위원회의 독립성과 심의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내는 일에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이다.

    이게 방심위의 중립성과 공공성 독립성과는 거리가 먼 극단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 할 말인가. 이제는 뻔뻔함을 넘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하긴 자기 두 아들은 미국 시민으로 만들어 병역을 면제받아놓고 이회창 전 대선후보의 아들 병역면제는 지독하게 비난한 인물이니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나.

    이제 남은 것은 야당의 문제다.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어 노욕과 노추를 불사하고 자리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정연주라는 인물이 앞장서서 끌고, 언론과 관련하여 정권의 인력공급소나 다름없는 지독한 편파단체 민언련 출신 위원들이 거들어 나갈 방심위와 야당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전쟁은 칼만 안 들었을 뿐 방심위를 장악해 자기들 뜻대로 가려는 정부여당과의 사생결단식 혈투가 될 것이다. 야당이 추천한 방심위원들은 이런 현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방심위 내부에서 벌어지는 편파심의, 정치심의를 저지하진 못할 테지만 국민에게 알리는 길 외에 방법이 없다. 그게 본인들 뿐 아니라 야당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