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 쓰레기통에 던져야
  •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설계가 잘못됐는데 철근 한두 개 넣고 뺀다고 건축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오히려 더 심각한 부실을 낳는다. 잘못된 설계도는 아예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고의·중과실로 인한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 배상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고위공직자나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적용대상에서 빼겠다는 수정안에 담긴 민주당 발상이 그와 똑같은 것이다. 언론단체 등이 권력 감시보도가 위축될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니 고작 다시 생각했다는 안이라는 게 잔머리를 돌린 이런 꼼수안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공직자를 하위 고위로 나누어 누구는 손배대상이 되도록 하고 누구는 손배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맞는 얘긴가. “너는 지위가 높으니 손해를 감수하라”는 법이 맞는가. 특정 직업, 계급(직위)을 차별하는 발상은 위헌 아닌가. 또 고위공직자가 사표 쓰고 나와 민간인이 되어서 소송을 한다면 그건 어떻게 되나.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고치겠다고 밝힌 수정안 내용은 애초 안보다 더 엉망이고 여전히 위헌적이다.

    낙인효과와 언론신뢰도 하락이 필연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열람차단 청구권 표시제’ 조항을 삭제하기로 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에 6가지 조항을 만들어 하나만 해당해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문구도 고치겠다고 한다. 요컨대 피해를 입었다고 소를 제기한 쪽이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의 입증 주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모호성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안들은 부차적인 문제다. 법안 자체가 위헌인데 그 안에서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똥을 숨기겠다고 겉에 된장을 바른다고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고의성이나 악의성을 입증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궁예 관심법으로 처리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쓰레기통에 던져라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원래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아이디어는 가짜뉴스의 바다와 같은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의 부작용이 주요 원인이었다. 유튜브 등에서 떠돌며 걸러지지 못하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언론 신뢰도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사회통합에도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유튜브, SNS 등이 아닌 언론과 포털이 적용대상이 되면서 오히려 가짜뉴스를 더 부추길 위험이 높다.

    전통언론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들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면 게이트 키핑, 데스킹은 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해 언론이 본격적으로 유튜브 등으로 주요 무대를 옮겨갈 수도 있다. 요컨대 안 그래도 쇠락세인 국내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급격히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언론이 무너진다면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당초 의도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이란 명분으로 이 법안을 강행하려는 뻔한 의도야 이미 필자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조국 등 우리 편 수사를 막고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개혁이란 포장을 씌웠듯, 우리 편에 유리한 판결을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을 내리 꽂으며 사법개혁이란 포장을 씌웠듯, 우리 편에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개혁이란 포장지를 씌웠을 뿐이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어떻게 수정한다 해도 이제는 세계인의 걱정과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언론단체인 세계신문협회(WAN)가 얼마 전 ‘가짜뉴스 관련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을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가짜뉴스를 결정하는 기준이 필연적으로 해석 남용으로 이어지고 보도의 자유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

    뱅상 페레뉴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만일 그대로 추진된다면 한국 정부는 자유롭고 비판적인 토론을 사실상 억제하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단다. 이 지적에 더 붙일 말이 없다. 간단하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쓰레기통에 넣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