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위협사격 받은 적 없다” 일축… 러시아 “크림반도·흑해서 군사훈련 중단하라” 요구
  • ▲ 지난해 흑해에서 실시한 '시 브리즈 20' 훈련 당시 대항군 쪽 함정을 겨냥한 모습. ⓒ루마니아 해군 촬영-미해군 공개사진.
    ▲ 지난해 흑해에서 실시한 '시 브리즈 20' 훈련 당시 대항군 쪽 함정을 겨냥한 모습. ⓒ루마니아 해군 촬영-미해군 공개사진.
    러시아가 “우리 영해에 접근한 영국 구축함을 향해 경고 차원에서 사격하고, 폭탄 4발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또한 크림반도 인근 흑해에서 열리는 다국적 해상연합훈련 중단도 요구했다. 

    영국은 “그런 경고사격은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다. 

    러시아 “영국 구축함 영해 침범해 경고사격” 영국 “그런 적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구축함 ‘디펜더’함이 흑해를 통해 크림반도에 접근하는 것을 포착한 뒤 러시아 경비정이 출동해 경고사격하고, Su-24 공격기를 출격시켜 주변에 폭탄 4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영국 구축함은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해상 3km 지점까지 접근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영해를 침범하면 공격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즉각 퇴거를 요구했으나 영국 구축함은 이에 불응했다”면서 위협사격이 정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도 영국 구축함의 크림반도 접근을 비난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국제법을 위반한 영국의 무례한 도발”이라며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를 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또한 영국 무관을 불러 영국 구축함의 행동을 영국정부에 항의하는 한편 “위험한 항행을 한 구축함 승조원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영국 국방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영국) 구축함 ‘디펜더’는 흑해를 통과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중이었다”면서 “그동안 ‘디펜더’를 향해 그 어떤 경고나 사격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어 “영국 군함은 국제법에 따라 ‘무해통항(군사적 의도가 없으면 항행을 허용하는 국제 해양법상 원칙)’을 하고 있었다”며 러시아의 영해 침범 주장을 일축했다.

    ‘시 브리즈’ 훈련에 긴장한 러시아… 초청받은 한국은 불참

    영국 구축함이 크림반도에 접근하는 것을 두고 러시아가 과민반응한 이유는 오는 28일부터 7월10일까지 흑해에서 열리는 다국적 해상연합훈련 ‘시 브리즈(Sea Breeze)’ 때문이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23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흑해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외부 도움 없이 지역 국가들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대사관은 이어 “시 브리즈 훈련의 규모, 명백히 공격적 성격은 흑해에서의 안보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훈련이 의도치 않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시 브리즈’ 훈련은 1996년부터 나토(NATO) 회원국들이 매년 실시하는 해상 연합훈련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 주관하고, 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세계 32개국에서 함정 32척, 항공기 40대, 특수부대 18팀을 포함한 병력 5000여 명을 보낼 예정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로 빼앗은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 크림반도를 탈환할 것을 우려한다는 지적이 있다. ‘시 브리즈’ 훈련은 이를 위한 훈련이라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

    한편 미군은 우리 군에도 ‘시 브리즈’ 훈련 참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지난 23일 ‘지리적 여건 등’을 감안해 불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