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실패' '주택 공급' 지적한 초선들, 文 만나니 조용… 文 "나도 초선 출신, 동지 의식" 덕담만
  •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그들만의 간담회'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서 '더민초' 모임을 결성해 '인사 참사' 등에 대해 청와대에 쓴 소리를 내던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이날 문 대통령 앞에선 실정에 대한 어떤 건의도 하지 않았다.

    이날 자리가 초선 의원들의 건의로 이뤄지긴 했지만 조국 전 장관 회고록 발간 등으로 대선 정국이 여권에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맹탕 간담회'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초선 의원 68명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지금 우리 당과 또 우리 정부가 보다 더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초선 의원들이 보다 혁신성과 역동성을 잘 살려서 선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나도 초선의원 출신이라는 면에서 동지 의식을 느낀다"며 "좋은 가치를 구현하는 정책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스스로 혁신의 주체를 자처하며 당 쇄신 전면에 나선 초선 의원들이 모처럼 참석한만큼, 간담회는 조국 사태, 2030 세대 민심 악화 등 어떤 쓴소리가 나올지 관심을 모았다.

    초선 의원들은 이달 초 임혜숙·노형욱 등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일자 회의를 통해 '최소한 1명이라도 부적격 제안을 강력히 청와대에 권고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박준영 후보자만 자진사퇴했고 문 대통령은 김외숙 인사수석을 경질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선들은 이날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재정 확대' '백신 휴가' '재생에너지' 얘기만 오고 가 

    더민초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국회에서 별도 브리핑을 열고 "여러 의원이, 특히 기재부가 재난 시기에 보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해야 할 것을 문 대통령께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기대 의원은 방미 성과를 계기로 도보다리(회담)의 영광을 재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은 "백신 휴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적 차별이 없으려면 중소기업과 일용직 노동자들도 국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백신 휴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의원은 "향후 석탄발전소 7기 (공사가) 계획되는 여러 흐름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가동 예정(계획)을 여러 형태로 재검토하는 방향을 찾고,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사업분야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文 "영빈관 리모델링 후 첫 손님" 발언에 초선들 '박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LH 쇄신에 대한 건의는 있었지만 최근 당에서 논의되는 부동산세 중과 완화, 공급대책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하며 나아가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우리 정부는 퇴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지지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손을 맞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전날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초선들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간담회 분위기는 진지하고 좋았다"며 "문 대통령이 '영빈관을 리모델링 한 후 첫 손님'이라고 말하니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野 "68명 초선, 송영길 한 명 보다 목소리 작아"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의욕이 큰 초선 의원들이기에 국민들의 애끓는 목소리를 대통령께 과감히 전달할 것으로 기대했다"라며 "오늘 68명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목소리는 그나마 쓴소리를 했던 송영길 대표 한 명의 목소리보다 작을 지경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일 급등하는 물가,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재정 확대로 인한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 반쪽짜리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도보 다리의 영광을 재현해 달라'는 뜬금없는 문비어천가가 더 크게 들렸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