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료 수송지역에 비상사태 선포… 바이든 "해킹 조직 러시아 기반 증거 확인, 푸틴 만날 것”
  • ▲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 라인. 미국 동부 전역에 뻗어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 라인. 미국 동부 전역에 뻗어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최대 송유관업체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해킹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 것을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러시아 책임으로 돌렸다. 한편 미군은 현재 알래스카에서 실시 중인 훈련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결하는 구도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바이든 “러시아 해커 조직이 송유관업체 테러”…백악관·FBI “다크사이드 소행”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송유관업체 해킹을 언급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송유관업체를 해킹한 것은 범죄행위이자 테러”라면서 “정부 각 부처들이 연료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이번 해킹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킹 조직이 러시아에 기반을 두었다는 증거는 잡았다”고 밝힌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정부는 여기에 대처할 책임이 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바이든정부가 이번 일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담당 앤 뉴버거 부보좌관은 같은 날 “송유관업체를 대상으로 한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가 ‘다크사이드’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조직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크사이드’는 동구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다크사이드’의 소행이라고 확인했다. ‘다크사이드’ 또한 “이번 해킹은 우리 소행”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반면 러시아정부는 “미국 송유관업체 해킹에 우리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해당 송유관업체, 동부지역 석유 45% 공급사… 해킹 후 휘발유가격 하루 사이 3% 상승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이유는 이번 송유관업체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이라는 이 업체는 지난 8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사실을 7일 인지했다”면서 “더 큰 위협을 막기 위해 모든 송유관 시스템을 오프라인 상태로 돌리고 가동을 잠정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업체가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라는 점.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은 총 연장 8850㎞의 송유관으로 멕시코만에서 생산한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을 텍사스부터 뉴저지까지 수송한다. 1일 수송량은 250만 배럴(약 3억97250만 ℓ)로 미국 동부에서 사용하는 각종 석유제품의 45%에 해당한다. 

    이 회사가 해킹 당해 송유관 운영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휘발유 가격은 하루 사이 1갤런(3.78ℓ)에 2.217달러(2488원, 1ℓ당 658원)으로 3% 급등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 ▲ B-52H 폭격기에 AGM-183A ARRW 극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하는 미공군 장병들. ⓒ미공군 공개사진.
    ▲ B-52H 폭격기에 AGM-183A ARRW 극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하는 미공군 장병들. ⓒ미공군 공개사진.
    결국 미국 교통부는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이 연료를 수송하는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육상을 통한 연료 수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해제하는 등 연료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오비이락? 미군 알래스카 훈련 뒤 해킹… 미군, 극초음속 미사일도 선보여

    미국이 콜로니얼파이프라인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미군의 대규모 훈련 직후 이런 일이 벌어진 탓도 있다. 미군은 지난 4일부터 알래스카 일대에서 ‘노던엣지’ 훈련을 열흘 일정으로 실시 중이다.

    1975년 처음 실시한 ‘잭프로스트’ 훈련에 기원을 둔 ‘노던엣지’ 훈련은 과거 소련과 전면전을 상정해 실시해온 훈련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전면전이 발생하면 북극을 통해 침공할 것으로 보고, 이를 차단하는 대규모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명칭은 1981년 ‘브림프로스트’로 바뀌었다. 1989년 2만6000명의 병력을 동원한 것을 마지막으로 훈련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2004년 훈련 명칭을 ‘노던엣지’로 바꾼 뒤에는 참가 병력이 1만 명 이하로 줄었다.

    그러던 것이 2019년 ‘노던엣지’ 때는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즈벨트’함이 참가하더니 올해 훈련에는 ‘시어도어루즈벨트’함은 물론 F-22와 F-35 스텔스 전투기 등 군용기 250여 대, 육군 공수부대와 해병대 등 병력 1만5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으로 바뀌었다. ‘노던엣지’ 훈련에 병력 1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것은 1996년 이후 15년 만이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군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공대지 미사일 발사 훈련을 알래스카에서 실시했다는 점이다. 2018년 8월부터 록히드마틴이 개발해온 극초음속 공대지 미사일 AGM-183A ARRW(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 별칭 애로)은 시속 2만4695km(마하 20)로 1600km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초속 6.58km의 속도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미군은 지난 4월 B-52H 폭격기를 사용해 캘리포니아 ‘포인트무구’ 해상사격장에서 첫 발사시험을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미군은 이 미사일의 개발을 최대한 서둘러 이르면 올해 안에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GM-183A를 요격할 수단이 없는 러시아가 이 때문에 송유관업체 해킹을 사주했고, 미국을 위협하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