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논란에 30세 미만에는 AZ 안 맞히기로… 다른 백신 물량 없어 집단면역은 더 늦춰질 듯
  • ▲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혈전 발생 논란을 빚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12일 재개됐다. 정부는 30세 미만 연령대에는 다른 백신을 접종한다는 방침이지만, 공급 일정과 관련해서는 침묵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다른 백신의 공급 일정과 관련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날 정유진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구매계약했다고 밝히셨는데,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지난해 말에 모더나 4000만 회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며 "모더나 백신의 공급 일정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확정되는 대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중대본 "다른 백신 공급 일정 지속 협의 중"

    정 팀장은 노바백스 도입 일정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으로 확정되는 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혈전 발생 부작용에 따라 AZ 백신을 30세 미만 연령대에는 접종하지 않기로 했지만, 다른 백신 도입이 불확실해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크게 의존하는 AZ 백신은 혈전 발생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안전성에 큰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지난 1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AZ 백신 1810만 회분 접종 후 희귀혈전 발생사례가 30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AZ 백신 접종 후 사망한 한 26세 의대생에게서 혈전이 발견됐다. 이달 8일에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AZ 백신과 혈전 발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히며 안전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서 AZ-혈전 인과관계 1건 확인

    우리나라에서도 AZ 백신과 혈전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사례가 1건 확인됐다. 

    중대본에 따르면, 12일 0시까지 총 91만6780명이 AZ 백신을 맞았다. 이날 중대본은 "인과성이 인정된 1건은 접종 후 3일 후에 심한 두통이 있어 진료 후에 뇌정맥동혈전증으로 진단받은 사례"라며 "피해조사반은 기저질환이 없고 검사 결과 혈전 호발 성향이 확인되지 않았고 발병률이 매우 낮은 질환인 점을 고려하여 백신 접종으로 인한 발생 가능성을 인정하였다"고 밝혔다. 

    20대 남성인 이 접종자는 다만 현재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는 것이 중대본의 설명이다.

    EMA는 "AZ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크다"며 접종 중단을 권고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각국은 AZ 백신 접종에 신중을 기하는 상황이다. AZ 백신 개발국인 영국도 30세 미만에는 다른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벨기에는 55세 미만 연령층에는 AZ 백신 접종을 금지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6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고, 프랑스는 55세 이상에게만 접종한다. 미국은 AZ 백신은 필요없다는 의견이고, 홍콩은 수입을 미뤘다.

    백신 접종률 세계 최하위… "이게 우리의 실상"

    우리나라는 AZ 백신 외에 다른 백신은 거의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다 30세 미만에는 AZ 백신 접종을 연기하면서 접종 속도는 더욱 늦추질 수밖에 없게 됐다. 

    12일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총 115만7255명이 1차 접종을 받았고, 총 6만511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1차 접종자만 놓고 봐도, 접종률이 2.2%에 머무른다. 이는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방글라데시(3.53%)·르완다(2.69%)·레바논(4.1%) 등보다 접종률이 낮다.

    이와 관련해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게 우리의 실상"이라고 개탄했다. 최 교수는 12일 통화에서 "백신 확보를 차일피일 미루다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대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이어 "노바백스는 미국 FDA 승인 신청조차 안 된 상황이고, 모더나는 하반기까지 국가별 공급 일정이 이미 끝난 상황일 것"이라며 "화이자 백신은 간혹 1만 명분 정도씩 들어오는 선에서 그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