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고, 서울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잇달아 '자사고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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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흥배 숭문고 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숭문고와 신일고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23일 법원이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부산 해운대고와 서울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세 번째로 교육청의 결정을 뒤집는 판결이다. 연이은 법원의 자사고 승소 판결로 인해 교육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숭문고 교장 "교육자가 법정 나와야 하는 현실 안타까워"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이날 숭문고의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과 신일고의 학교법인 신일학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숭문고와 신일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8월 소송 제기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법정으로 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조희연 교육감께서 같은 서울시 소속인 자사고도 열심히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배재고와 세화고 판결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힌 걸 두고 전 교장은 "항소를 취하해달라고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행정처분 과정에서도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며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에 대해 법원이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또 위법하다고 판단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세화고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결 이유를 분석해 이번에도 항소할 계획이다.이번 판결에 대해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서울시교육청의 재량권 남용 문제를 다시 한 번 적시한 당연한 판결로 본다"며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도 이를 부정하면서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려는 서울시교육청의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본지에 입장을 알렸다.조 대변인은 이어 "불필요한 소송으로 소중한 혈세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혼란 및 피해를 초래하는 서울시교육청은 항소를 즉각 중단하고, 위법‧불공정 행정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밝혀라"라고 요구했다.전국 10곳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자사고, 행정소송서 연이어 승소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7월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대상 13곳 가운데 기준 점수 70점을 받지 못한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경희고 등 8곳에 대해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부산 해운대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까지 포함하면 당시 전국 10곳의 자사고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이들 학교는 해당 처분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8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인용되면서 현재는 모든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아울러 이어진 행정소송에서도 자사고가 매번 승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해운대고가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끌어낸 데 이어 배재고와 세화고도 지난달 18일 1심에서 승소했다.법원 "자사고 평가 기준 변경은 재량권 남용... 예측 가능성도 없었다"지난달 배재고와 세화고 재판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자사고 평가 기준을 2018년 말에 공표하고 2015~2019년 운영평가에 적용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자사고 운영평가는 5년마다 이뤄진다.학교 측은 2019년 재지정 기준 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된 데다 교육청의 재량평가 지표 강화, 감사 지적 사례 감점 배점 확대 등이 평가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평가 기준을 변경한 부분은 예측 가능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반면 서울시교육청은 법원 결정에 반발해 지난 15일 즉각 항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평가 가이드북을 통해 신설된 평가 항목이 평가에 적용된다는 점을 안내했고, 2015년 교육부와 평가 기준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얘기하면서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2025년 모든 자사고 일반고 전환… 헌재 판단에 따라 결과 결정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도 일단 이들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오는 2025년까지다. 교육부는 '자율형 사립고'와 '자율형 공립고'라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 시행령이 2025년 3월부터 시행된다. 2025년부터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따라서 자사고의 앞날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5월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24개 학교법인은 정부가 이 학교들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