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심사인데 유·무죄 다투는 용어 '입증' 사용… 기각 사유엔 박상옥 대법관 별개의견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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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창회 기자
법원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검찰과 기자단에 각각 다른 기각사유를 밝힌 것으로 15일 알려졌다.대전지방법원은 지난 9일 새벽 백 전 장관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기자단에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이라고 사유를 알렸다.이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합리적 판결"이라며 "검찰은 원전 안전정책에 대한 정치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성명을 내놨다.그러나 대전지법은 검찰에는 "혐의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각사유를 건넸다고 조선일보가 이날 보도했다.'입증'은 본안 판단에서 유·무죄를 다툴 때 쓰는 용어다. 이에 구속 심사 단계에서 혐의의 '소명'보다 높은 수준의 증거를 요하는 '입증' 부족을 내세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입증은 유·무죄 판단에 쓰이는 용어인데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유·무죄 차원의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대전지법 측은 이에 "범죄 혐의에 대해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는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대전지법은 영장 기각 사유에 '혐의 입증 부족'을 언급하기 위해 지난달 박상옥 대법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 당시 직권남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라는 취지로 내놓은 의견을 그대로 인용했다.대전지법은 기각 사유로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 및 그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되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불확정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를 해석·적용할 때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해석의 원칙 및 최소침해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함"이라고 적었다.이를 두고 법원이 박 대법관의 의견을 내세워 백 전 장관은 사실상 무죄라는 심증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박 대법관의 별개의견이 나올 당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달랐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위원회 등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각종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전담판사가 다수의견도 아닌 별개의견을 통해 본안에서 할 법한 이야기로 영장을 기각한 것"이라며 "영장전담판사의 업무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