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사령부 “B-1B, 역사적인 인도 착륙”…'디에고가르시아'까지 활용하면 중국 동서로 포위
  • ▲ 인도 벵갈루루 국제공항에 내린 미 공군 B-1B 폭격기 앞에서 마크 웨더링턴 소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공개사진.
    ▲ 인도 벵갈루루 국제공항에 내린 미 공군 B-1B 폭격기 앞에서 마크 웨더링턴 소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공개사진.
    미군 전략폭격기가 인도가 독립한 후 처음으로 인도에 착륙했다. 미군 폭격기는 인도 공군기와 연합훈련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인도가 본격적인 군사협력을 시작하고,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까지 활용하면 중국을 남지나해와 인도양 등 동서 양방에서 포위하는 셈이 된다.

    미군 합동지구권타격사령관 “미국·인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추구”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엘스워스 공군기지 소속 B-1B 전략폭격기 1대가 지난 3일 인도 옐라한카 공군기지에서 열린 에어쇼 ‘에어로 인디아’에 참가했다”면서 “미군 폭격기는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의 신형 경전투기 LCA 테야스(Tejas)와 함께 비행하며 장거리 타격 역량을 뽐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B-1B 폭격기가 인도에 도착한 날은 지난 1일이다. 인도 남부 벵갈루루 국제공항에 착륙한 뒤 이틀 뒤 옐라한카 공군기지로 날아갔다.

    ‘에어로 인디아’에 미군대표단으로 참가한 마크 웨더링턴 제8공군사령관 겸 합동지구권타격사령관(공군 소장)은 B-1B 폭격기의 인도 방문과 연합훈련을 두고 “미국과 인도 공군의 파트너십을 증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며 “두 나라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추구하면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미군 폭격기가 인도에 마지막으로 착륙했던 때는 1945년 10월 영국 식민지 시절”이라며 “B-1B의 착륙은 인도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령부 측은 미군 폭격기가 인도 공군과 사상 첫 연합비행을 한 것을 두고 “우리 파트너십의 힘과 국제안보를 위한 공동의 헌신을 보여준 것”이라며 “역사적 순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 B-1B의 인도 착륙과 남지나해 미군 항모 배치 주목
  • ▲ 지난해 8월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미공군 기지에 B-2 스텔스 폭격기가 착륙하는 모습. ⓒ미공군 공개사진.
    ▲ 지난해 8월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미공군 기지에 B-2 스텔스 폭격기가 착륙하는 모습. ⓒ미공군 공개사진.
    B-1B 폭격기가 참가한 에어쇼 ‘에어로 인디아’는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 최대 에어쇼다. 올해는 세계 500여 방산업체와 60개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폭격기가 대규모 에어쇼에 참가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세계 언론은 그보다 미국이 이끄는 반중 연대체 ‘쿼드연합’의 한 축이 인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중국 언론은 최근 미 해군의 움직임과 B-1B 폭격기의 움직임을 연결시켜 해석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동망'지는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이지스 순양함 프린스턴함, 이지스 구축함 앤드루 스터릿함 등을 거느리고 말라카해협과 싱가포르 인근 해상을 지나 남지나해에 전개했다”며 “이 지역에는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호위함이 이미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5일 전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 같은 움직임은 바이든정부가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따른 대응을 외교·군사정책의 우선순위로 두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런데 미국에는 ‘카드’가 하나 더 있다. 디에고가르시아다.

    미 공군, 인도 협력 얻고 디에고가르시아 사용하면… 중국 동서 양쪽서 압박

    인도 남서쪽으로 1600km 떨어진 바다에 영국령 차고스제도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섬이 디에고가르시아다. 이 섬에 44㎢ 넓이의 미군기지가 있다. 

    미군은 1966년 영국으로부터 이 땅을 빌려 해·공군기지로 사용 중이다. 미 해군은 유사시에 대비해 사전배치함(전시물자 수송선)을 디에고가르시아에 배치했다. 

    미 공군은 ‘캠프 저스티스(Camp Justice)’를 만들고 우주왕복선 비상착륙에 사용할 수 있는 비행장을 운영 중이다. 또한 제21우주작전대 제1분견대와 공군 위성관제센터와 함께 제36항공유지보수단을 배치했다. 주기적으로 배치되는 전략폭격기를 위해서다.

    디에고가르시아의 기지는 과거 중동지역에서의 작전을 지원하는 일이 많았으나 트럼프정부가 중동에서 병력을 철수한 뒤부터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전과 대중국 압박작전에 쓴다. 지난해 8월에는 B-2 스텔스 폭격기 3대가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에 배치됐다. 

    미군이 인도양에 폭격기를 배치한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 압박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이 인도와 협력해 B-1B 같은 폭격기의 인도 경유를 허락받고 디에고가르시아 기지까지 활용하면, 중국은 인도양을 통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또한 남지나해와 인도양 동서 양쪽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