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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포스트 코로나’ 오면… 세계 전쟁사 박물관 유람 떠나볼까

총 3부작 ‘세계의 전쟁 유적지를 찾아서’…세계 75개 전쟁박물관·전적지 생생한 모습 담아

입력 2021-01-28 16:59 수정 2021-01-28 17:49

▲ '세계의 전쟁 유적지를 찾아서'. 총 3권으로 돼 있다. ⓒ교보문고 홍보화면 캡쳐.

우한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이 막힌 지 1년이 다 돼 간다. 다행히 백신 보급으로 올해 안에는 나라 간 막혔던 여행길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랜만에 풀리는 해외여행길,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해외의 전쟁 박물관으로 떠나는 건 어떨까. 여기에 그 가이드북이 있다.

영국 제국주의 압제와 2차 세계대전 참상 볼 수 있는 아일랜드·벨기에

‘세계의 전쟁 유적지를 찾아서’는 모두 3권으로 된 책이다.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종태 박사가 세계 75곳의 전쟁기념관과 전적지를 직접 찾아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아서 만들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전쟁 박물관과 유적지 가운데 우리에게는 생소한 곳도 적지 않다.

2018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8800달러(약 8822만원)에 달하는 아일랜드는 전쟁과 별 관련이 없는 나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영국에게 800년 동안 압제를 당하면서 계속 저항했던 나라다. 그들에게 전쟁은 곧 생존이었다. 더블린 군사박물관은 영국의 압제에서 저항한 역사뿐만 아니라 바이킹의 침공부터 대륙과의 전쟁 등 아일랜드가 역사적으로 겪었던 모든 외부침략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킬마인햄 감옥은 아일랜드판 서대문 형무소로 영국의 제국주의적 억압에 저항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며 저자는 관람을 추천했다.

초콜릿과 와플로 유명한 벨기에에는 아르덴느의 숲이 있다. 1944년 12월 패색이 짙어진 나치는 독일과 벨기에 국경인 아르덴느 일대를 통해 연합군에 반격을 시도한다. 5주 동안 이어진 독일군의 반격은 그러나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이때 가장 유명했던 전투가 아르덴느 숲 인근 바스토뉴에서 벌어진 미군 제101공수사단의 저항이었다. 당시 미군은 3배 가까운 독일군 병력에 열흘 동안 포위돼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위기에 빠졌지만 끝까지 버텼다. 열흘 뒤 패튼 장군이 이끄는 제4전차사단이 이들을 구해내지 않았다면 1만7000명이 전멸할뻔 했다.

내부 분열과 정치 부패가 망국의 원인이 된 폴란드와 레바논

한때는 유럽의 강대국이었지만 왕가와 귀족들의 분열로 빈틈을 보였고, 결국 주변국의 침략을 받아 120년 넘게 나라가 사라졌던 폴란드에도 눈여겨 볼 역사들이 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다시 독립했던 폴란드는 1939년 9월 나치의 침공으로 또 나라를 빼앗겼다. 당시 나치는 죄수 13명에게 폴란드 군복을 입혀 자기네 영토를 무단 침입해 사살했다고 밝힌 뒤 이를 명분으로 폴란드를 침공했다.

175만명이나 됐던 폴란드군은 그러나 ‘장교는 귀족, 부사관과 병사는 평민’이라는 군의 구조적 문제와 계급 간 분열, 구시대적 전술전략으로 나치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했다. 9월 17일에는 소련까지 동부를 침공, 결국 한 달도 안 돼 패망했다. 당시 나치의 침공에 선전포고를 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폴란드를 돕지 않았다. 폴란드를 집어삼킨 나치는 여기에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워 유대인을 학살했다. 2차 대전 동안 숨진 폴란드인 수는 500만명에 다다랐다. 폴란드 군사박물관과 카틴 숲 학살기념관은 폴란드의 이런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 2019년 9월 1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폴란드 시민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레바논에는 전쟁기념관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 베이루트에는 철골만 앙상한 건물들이 내전의 흉터로 곳곳에 남아있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내전은 ‘중동의 진주’라 불리던 베이루트를 2차 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처럼 바꿔놓았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 요르단에서 쫓겨난 이슬람 테러조직 ‘팔레스타인 해방전선(PLO)’이 베이루트에 본거지를 차렸다. 이들을 진압하겠다며 이웃 시리아가 군대를 파병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후 PLO와 시리아군, 기독교 민병대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다 내전이 터진 것이다.

15년의 내전 동안 15만명이 숨졌다. 해외로 떠난 레바논인은 1500만명에 달했다. 당시의 혼란을 틈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조직 ‘헤즈볼라’가 남부 지역을 사실상 장악했다. 내전의 상흔은 아직까지도 치유하지 못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저자는 “내전의 1차적 책임은 국민화합보다 정략적으로 갈등을 조장한, 무능한 레바논 정치가들에게 있다”면서 “민초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진정한 애국심보다는 오직 정권 장악에만 관심을 둔 사악한 정치인들이 결국 내전을 촉발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50여개국에서 담아 온 전쟁의 흔적…안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저자가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찾아다닌 나라는 50여개국, 전적지나 군사박물관은 75곳에 달한다. 2009년 전역한 뒤 세계 각국의 전적지와 군사박물관을 배낭여행으로 답사하며 자료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특히 배낭여행 중 현지 주민과 참전군인들의 증언으로 당시 상황을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했다. 각권은 서유럽과 북유럽(1권), 동유럽과 남유럽, 북아프리카(2권), 중동·태평양·대양주·아시아(3권)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은 현장감을 더욱 북돋아 준다. 저자는 “한반도의 안보현실과 전쟁사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저자: 신종태

신종태 박사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전쟁을 경험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고향 주변의 전쟁 잔해를 보며 성장했다. 이후 마산고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33기)에 진학했다. 1977년 소위 임관 후 군 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야전경험도 했고, 합동참모본부 전략본부 군 구조발전과장, 육군본부 작전참모부 합동작전기획장교 등도 거쳤다. 그동안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전쟁학과 정책연수, 국방대학원 안보과정을 수료하고 연세대 행정학과 석사, 충남대 군사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역 후 조선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충남대와 국군간호사관학교 외래교수, 국가보훈처 6.258전쟁 영웅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융합안보연구원 전쟁사 센터장, 육군군사연구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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