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PD상 경력 KBS PD, 자녀=조카 속이고 취준생과 '사기연애'… 3년 만에 들통
  • 유부남인 KBS 현직 PD가 3년 전 '미혼남' 행세를 하며 언론사 취업 준비생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PD는 자신의 아내를 미혼모인 '여동생'으로, 자녀를 '조카'로 속이면서 일종의 사기 연애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실을 폭로한 여성의 트윗으로 파문이 일자, KBS는 "사실관계 및 사규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위해 감사에 착수했다"며 "당사자에 대해서는 업무 배제 조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이 여성이 이미 1년 전에 'KBS성평등센터'를 방문,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만약 성평등센터가 1년 전에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공정하게 처분했다면, 오늘 이런 폭로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든 관계없이 이미 KBS의 위신은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아내는 '여동생', 자녀는 '조카'라고 속여 접근"


    A씨의 트윗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언론인 지망생이었던 A씨는 "영화에 대해 얼마든지 질문해 달라"는 KBS 소속 다큐멘터리 PD B씨의 글을 보고, 먼저 연락을 취했다.

    이후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스터디원들과 함께 B씨를 만났고, 그 다음 날부터 B씨가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A씨는 "B씨는 자신이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여동생이 미혼모라 내가 아이를 같이 키워주고 있다'고 했다"며 "그의 거짓말을 믿고 2017년 연말부터 약 한 달간 연인관계로 지냈다"고 밝혔다.

    A씨는 "믿기 어려운 사실들에 대해서는 연애관계를 기반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나, 크리스마스나 새해 등 으레 연인이 함께 보내기로 기대되는 날에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며 "이런 그의 행태를 참지 못해 이별을 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석연찮았던 그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 KBS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물었더니, 그가 저를 만나기 1년도 채 되기 전에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가 저에게 했던 말들 중 단 하나의 진실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처음 만난 날부터 여동생과 산다고 했던 걸 보면, 어쩌면 처음부터 '현직자'와 '지망생'이라는 기울어진 위치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만남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제서야 그간의 일을 밝히는 이유는 당시 언론인 지망생으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저에게 어떤 낙인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KBS성평등센터'에 기록으로 남겼지만, 제대로 조처될 지 확신할 수 없어 공식적인 조사 요청 등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트윗으로 논란이 커지자 KBS는 B씨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 및 사규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KBS 입사 후 주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연출해온 B씨는 '이달의 PD 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TV 작품상 교양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책임 방기한 '성평등센터'‥ 존재 자체가 의문"


    현직 공영방송 PD가 '멘토링'을 빙자해 사기 행각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KBS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을 보면 'KBS성평등센터'가 애초에 여성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생각이 있었는지조차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에게 '성평등 이슈'는 정치적으로 이용해먹는 소재에 불과한 듯 하다"고 비꼬았다.

    12일 '성평등 센터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이같이 성토한 KBS노조는 "1년 전 'KBS성평등센터'를 방문했고, 실명으로 모든 내용을 기록에 남겼다는 피해자가 1년이 지나서 이 내용을 트위터에 공개한 것은, 그 1년 동안 'KBS성평등센터'가 피해자가 보기에 어떤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이처럼 'KBS성평등센터'가 피해자를 면담한 뒤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람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사건이 공개됐고, KBS는 모든 국민들 앞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양승동 사장 등 경영진은 겉으로는 '성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KBS성평등센터'까지 설립하면서 쇼를 해왔지만 △정작 회사 간부가 다른 여직원을 성적으로 희롱했을 때 △특파원이 해외에서 성적으로 이슈가 됐을 때 △남자 아나운서가 '성문란 일탈 행위'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 '성평등센터'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KBS라는 공조직이 '성범죄의 소굴'로 인식되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그간 성범죄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온 양승동 사장의 책임"이라며 "만약 이 폭로가 근거가 없지 않은 것인데도 적절하게 조치되지 않은 것이라면 '성평등센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