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존치모임, 전화 인터뷰… "절박해서 연락, 무릎 꿇었는데 욕설" 2016년 파일 공개
  • ▲ 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고시생 욕설·폭행' 논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피해를 입은 고시생들은 사건 발생 다음날 박 의원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윤 기자
    ▲ 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고시생 욕설·폭행' 논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피해를 입은 고시생들은 사건 발생 다음날 박 의원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윤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후보자가 2016년 사법고시생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내가 당할 뻔했다"고 해명했지만, 피해를 입은 고시생들이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해 파문이 커졌다.

    "욕설과 고함에 적잖이 실망" 박범계에 사과 요구했던 고시생 

    5일 본지가 사법시험존치를위한모임(사시존치모임)으로부터 확보한 2016년 11월24일자 문자메시지에는 고시생 측이 박 후보자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자메시지는 피해를 입은 고시생 측이 박 후보자에게 보낸 것이다. 

    문자메시지에는 "어제 의원님께서 저희 고시생들의 가방을 채가고 고시생들의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사진으로 찍고 저희들에게 욕설과 고함을 하신 부분에 대해 적잖이 실망했다. 고시생들은 읍소를 드리려고 무릎 꿇고 앉아 있던 상황이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고시생 측은 또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그래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피해자가 엄살 내지 감정의 거짓이 없음은 의원님도 현장 분위기로 알 수 있지 않는가. 당시의 CCTV만 봐도 그렇다"고도 비난했다.

    이 문자메시지는 박 후보자가 전날인 2016년 11월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오피스텔 앞에서 고시생들과 다툼을 벌인 뒤 발송됐다. 고시생들이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하던 때다. 

    당시 박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였다.

    "보자마자 멱살 잡고 '배후 누구냐'고 했다"  

    당시 고시생들은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자 여당 간사인 박 후보자에게 '사법시험 존치'를 읍소하기 위해 박 후보자의 오피스텔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 후보자가 이들을 보자마자 욕설을 했다는 것이 고시생 측 주장이다.

    본지가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박 후보자가 (우리를) 처음 보자마자 멱살을 잡고 '배후가 누구냐'고 했다. 절박해서 왔다고 무릎을 꿇었는데, 얼굴사진을 찍으려고 했다"는 등 당시 현장에 있던 고시생들의 주장이 담겼다.

    한 고시생은 "당시 당황해서 자리를 모면하려고 뛰어가는데 뒤에서 가방을 잡아채기도 했다"고 말했고, 다른 고시생은 "박 후보자에게 술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 고시생 측은 근처에 있던 다른 고시생들이 몰려들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방문?…"박 후보자 측에 미리 고지도 했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고시생 A씨는 통화에서 "2016년 2월 사법시험 1차 시험이 끝나고 고시생들은 사시가 존치돼야 한다는 운동을 했었다"며 "사시 존치 법안이 법사위에서 심사되기 하루 전날인 11월23일 박 후보자 재산내역을 토대로 오피스텔을 찾았고, 방문 전에 박 후보자와 보좌관에게 미리 고지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박 후보자도 우리가 올 것을 알았다"며 "당시 박 후보자의 행동에 '민원인이어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부연했다. 박 후보자 측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고시생 측의 폭행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내에 설치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오히려 내가 당할 뻔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당시 박 후보자가 밤 10시쯤 귀가했는데 1층에서 대여섯 명이 다가와 둘러쌌고, 일부는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고 한다"며 "(박 후보자가) 놀라서 '내 숙소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하니 멈칫하고, 멀리 있던 수행비서가 와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그제야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 측은 또 "비서가 '아무리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혼자 사시는 곳에 이렇게 늦은 밤에 찾아오시면 어떡하냐'고 재차 항의했고, 당시 고시생들로부터 사과까지 받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