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풍 KBS 기자가 쓴 '우파 재집권 필승 전략'… '우리가 남이가' 문화부터 추방하자
  • 대한민국의 우파 정치세력은 현재 표류 중이다. 한 마디로 국민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지난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선거에도 패하고 총선에서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바람에, 행정부,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까지 권력의 주도권을 다 넘겨줬다.

    앞으로 2년 남짓 남은 대선에서 좌파정당에 또 패배한다면 총선(2016년), 대선(2017년), 지방선거(2018년), 총선(2020년)에 이은 5연패가 될 것이다. 우파정당이 이번에도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좌우 균형이 무너지고 미래가 실종된 '후진국형 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과연 우파 정치세력은 언제쯤 재집권할 수 있을까? 전국 선거 4연패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우파 세력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충무공의 자유·헌신·혁신, '우파 3원칙' 삼아야"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KBS공영노동조합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영풍(50) KBS 보도본부 라디오뉴스팀 기자는 "우파정당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재집권'은 요원한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이른바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추구했던 전략과 원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공감으로 집권하라(도서출판 글통)'는 제목의 정치컨설팅 서적을 펴낸 이 기자는 이 책에서 "패배를 거듭하며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우파 정치세력에게 이순신 장군은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며 "그가 추구했던 '자유' '헌신' '혁신'을 우파의 3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자는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이순신 장군은 자유의 상징같은 존재"라며 "항행의 자유가 있는 해군 문화가 발달한 국가는 함장의 자율 통제권을 존중하는 자유 문화 및 합리주의 문화가 발달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국가의 전형으로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스페인·일본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 "이순신 장군은 헌신의 대명사"라고 강조한 이 기자는 "그는 일본 해군에 맞서 나라를 지키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명제를 가장 잘 실천한 명장이었다"며 "본인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부하들의 공감을 샀다"고 분석한다.

    세 번째로 이 기자는 "충무공을 당대 최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단연 거북선이었다"며 "이순신 장군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질 뻔했던 거북선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끔 재창조하는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생각이 결국엔 나라를 구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이 기자의 주장이다.

    "'무능외교'로 고립 자초‥ '구한말 역사' 되풀이해선 안 돼"


    이처럼 이순신 장군에게서 '자유' '헌신' '혁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낸 이 기자는 이 세 가지 분야의 핵심 이슈들에 대해 우파 정치세력이 견지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지,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경청하고 공감해야 할 부분은 어떤 점인지, 좌·우파 정치세력 사이의 차이점과 논쟁점, 대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우선 이 기자는 경제와 안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동맹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중국 편향적 외교 전략은 과감히 버릴 것을 주문한다. 구한말 조선이 청나라의 패권주의, 일본의 제국주의, 러시아의 남하주의 속에서 이리저리 우왕좌왕 밀려다니다 결국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이 기자는 사상과 사유재산, 3권분립 등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침투한 '공자학원'의 실체를 직시하고, '유주택자'를 죄인으로 모는 불합리한 정책과, 중국 공안식 경찰 권력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언론의 자유를 위해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네트워킹하는 주요 언론사의 보도 실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헌신'과 거리 먼 '86세대' 대체할 '젊은 정치인' 육성해야"


    이 기자는 두 번째 키워드인 헌신과 관련해선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른바 '86운동권 세력'이 20년째 기득권 헤게모니를 손에 쥐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헌신은커녕 심각한 '불공정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이들을 대체할 후배 세대가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기자는 "많은 한국인이 이순신 장군에는 환호하고 열광하는 반면 동시대를 살았던 원균 장군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비판하는 이유는 조국의 운명이 걸린 임진왜란에 임하는 두 장군이 보인 상반된 태도 때문"이라며 "헌신은 도덕적인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 가운데 핵심으로, 대중의 존경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헌신적인 지도자들이 우파 진영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꼽은 혁신과 관련해 이 기자는 다소 민감한 화두를 내던진다. 이를테면 호남이 우파 불모지로 고착화된 점을 지적하며 '영남좌파는 있는데, 왜 호남우파는 없냐'는 식이다.

    "영남좌파는 점점 느는데, 호남우파는 여전히 희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구 미래통합당은 영남에서 56석을 얻었지만 호남에서는 1석도 얻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구 통합당이 얻은 전체 지역구 의석(84석) 가운데 66.6%(56석)는 영남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험지인 영남에서 7석을 거뒀다. 의석수뿐 아니라 후보자 평균 35%가량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 기자는 "이 지점에서 영남지역에서 선출되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역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른바 영남 좌파 정치인들은 호남 출신 의원들이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우리가 남이여?'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긍정적 학습효과로 삼는다면 우파정당의 할 일은 자명하다고 이 기자는 말한다. 바로 '호남 우파 정치인'을 육성하는 것. 이 기자는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우선 경상도식 '우리가 남이가?' 문화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기자는 우파정당은 특정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순간, 집단 극단화의 길을 걷게 돼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정당에도 적용되는 불문율로, '우리가 남이가?' 문화를 추방하고 예방할 때 우파든 좌파든 전국정당으로 집권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게 이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