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노린 선심"… 대구경북 시민단체·기관·정치권·재계·문화예술계 일제히 규탄
  • ▲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위원장 안경은)가  18일 오후 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시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위원장 안경은)가 18일 오후 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시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지난 17일 정부의 사실상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대구·경북에서는 규탄성명과 함께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각 기관과 지역 정치권, 시·도의회 의원, 시민단체들은 17일에 이어 18일에도 각자 잇달아 성명을 내며 김해 신공항 백지화에 강력반발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 등 대구지역 공항 관련 시민단체도 향후 집회를 예고했고, 상황을 지켜본 후 항의단을 꾸려 부산을 방문할 계획이다.

    가덕도 신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 찬물… TK지역 노심초사

    특히 이 지역에서는 최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합의가 어렵게 성사된 마당에 김해 신공항 백지화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자칫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건설특별위원회(위원장 안경은)는 18일 오후 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김해 신공항 백지화 시도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김해 신공항 백지화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 철회하라"… 통합신공항건설특위 규탄성명 발표

    대구시의회는 성명에서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오랜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영남권 5개 시·도민이 합의한 국책사업으로 현 정부 또한 김해 신공항이 변함없이 추진될 것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6월, 대구·경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울·경 지역의 일방적인 김해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요구를 받아들이더니, 급기야 이번 '김해 신공항 추진 근본적인 검토' 발표로 특정지역 정치권에서 중차대한 국가사업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대구시의회는 특히 "정부와 부·울·경 지역의 정치권은 국가정책에 대한 책임감과 5개 시·도의 합의정신, 그리고 국가와 영남지역의 공동발전이라는 대의를 모두 저버리고, 신공항을 보궐선거에 이용하려는 기만적인 술책을 당장 중단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궐선거에 이용하려는 기만적 술책… 당장 멈춰야"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도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김해신공항이 엄연히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와 세계 최고 권위의 공항 건설 전문기관(ADPi)의 검증을 거쳐 결정된 영남권 신공항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번 결정은 영남권 합의정신을 깨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정책적 일관성도 없이 일순간에 엎어버린 것이며,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을 분열과 갈등의 수렁에 빠지게 하여 정부에 대한 극심한 불신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의장은 이번 결정이 앞으로 가덕도 신공항으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4년 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때 가덕도 신공항은 높은 비용, 환경파괴, 부·울·경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낮은 접근성, 어업피해 등으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의힘 곽상도(대구 중·남구) 대구시당위원장 등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은 정부 발표 직후인 17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20년 가까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해공항 확장안을 4년 만에 백지화했다"며 "이번 발표는 부산 보궐선거용 선심성 신공항 뒤집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곽상도 "백지화 저지 위해 소송 불사"

    곽 위원장은 "원점 재검토가 아닌 가덕 신공항으로 결론낸다면 김해 신공항 백지화 저지를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필요하다면 소송도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TK 의원들은 또 이번 검증 과정을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한 여러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진·이철우 "국민과 약속 깔아뭉개는 정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과의 약속을 깔아뭉개는 정부는 신뢰할 수 없다"며 "김해 신공항 건설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는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의 경제계와 문화계에서도 일제히 김해 신공항 백지화 반대 견해를 내놓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재하 회장은 "지난 4년 넘게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온 김해 신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된 것에 대해 대구·경북의 경제인들은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당초 대구·경북의 발전을 한 걸음 양보하고 밀양을 후보지로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결정했던 김해 신공항 확장안을 정부 스스로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역경제계·문화예술계 모두 나서서 반대

    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김종성 회장은 "오랜 검토를 거쳐 정리됐던 김해공항 확장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비판 받을 일"이라며 "아울러 전 정부에서 결정된 국책사업의 번복은 정치의 연속성을 꾀하기 어렵고 지역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근거와 정책판단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지역민들 상당수는 내년에 진행되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민심을 잡기 위한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가 지역갈등 조장… 국가 균형발전도 가로막아"

    일각에서는 4년 전 대구·경북에서 추진한 밀양 신공항과 부산이 고집한 가덕도 신공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점을 들며 정치권 싸움으로 비화할 소지가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주열 대구·경북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이번 백지화는 가덕도를 염두에 둔 집권여당의 정치적 판단이 그 결정에 작용해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정치가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