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은 여학생 A씨 "박지선 쌤께‥ 너무 보고 싶어요"… 장문의 편지 올려
  • 지난 2일 모친과 함께 유명을 달리한 개그우먼 박지선(36·사진)이 8년간 한 '고학생'을 남몰래 후원해왔다는 가슴 먹먹한 사연이 공개됐다.

    자신을 대학교 3학년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제 다시 못보는 박지선 쌤께..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추모 글을 올리며 박지선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A씨는 "8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아빠가 뇌경색, 엄마는 간호에 올인하느라 집안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기초수급자 가정으로 겨우 살았고, 초등학생인 두 동생들과 살림을 챙기느라 학업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을 때 담임 선생님조차 부모님 욕을 하고 (저를) 없는 학생으로 생각하셨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A씨는 "그때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제 얼굴에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 힘들어요'라고 쓰여있었다면서 안아주시는데, 그 품이 그리웠던 건지 모른다. 모든 선생님들을 싫어했던 제게 마음의 문을 열게 해준 선생님이셨다"고 말했다.

    A씨는 "국어선생님은 공부는커녕 꿈도 없었고 그런 꿈을 꾸는 건 사치라고 느꼈던 학생에게 학생이라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셨던 분"이라며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 뿐만 아니라 문제집 사는 비용까지 충당해 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알고보니 국어선생님이 개그우먼 박지선과 고려대 과동기였고, 절친한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A씨는 "이후 국어선생님이 결혼 준비에다 가정환경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는 사정을 접한 박지선 쌤이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괜찮다고 거절을 수도 없이 했지만 박지선 쌤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게 사람이다'라며 제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박지선 쌤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깨우쳐주셨습니다."

    A씨는 "아마 두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큰 지원과 엄청난 위로를 해주셨다"며 "그런 이유로 꼭 좋은 대학교를 입학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얻고 제게 꿈을 가져다주신 두 선생님께 꼭 보답하리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국어선생님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A씨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박지선 쌤은 우는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자기가 있지 않냐며 울지말라고...저보다 더 힘드셨을텐데 저를 안아주시고 위로를 해주셨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8년 전 그 한 마디 그 사랑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게 옳은 길을 알려주신 두 분 모두 하늘에 가셨다"며 "박지선 쌤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슬픔을 감추지 못한 A씨는 "하늘에서 유정 쌤(국어선생님)이랑 저를 지켜봐달라. 제가 언젠가 찾아갈 수 있을 때 8년 전에 보여주셨던 그 미소 그대로 다시 보여달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사춘기 시절 정신적으로 나무가 돼 주셨던 두 선생님들, 이제 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어떡해요. 진짜. 뭘 하면서 살아야 두 분이 잊혀질까요. 진짜 죄송합니다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하는 제가 너무 밉습니다. 하늘에서 유정 쌤이랑 저 지켜봐주세요. 유정 쌤도 지선 쌤도 많이 보고 싶고 유정 쌤께도 전해주세요. 제가 많이 그리워한다고, 제가 언젠가 찾아갈 수 있을 때 8년 전에 보여주셨던 그 미소 그대로 다시 보여주세요. 진짜로 보고 싶어요."

    다음은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고(故) 박지선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개그우먼 박지선 쌤께

    어디에다가 글을 올려야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고민하다가 여기다가 올려야 많은 분들이 보실거라 믿어 올려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하는지 뭐라고적어야하는지 몰라 그냥 적어봐요.

    저는 현재 대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즉 8년 전에 아빠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매일 간호하느라 우리 집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일을 못 해서 기초수급자로 나오는 돈으로 간간이 살았었고, 제 아래로 초등학생 남동생 두 명이 있어 아빠를 간호하느라 매일 새벽같이 병원을 가 아빠를 돌보는 엄마를 대신해 엄마 역할은 제가 다했던 거 같아요.

    저는 매일 동생 옷을 빨래하고 옷을 입히고 밥도 먹이고 가방도 챙기고 초등학교를 보내느라 학교를 1.2교시 놓치며 학교를 지각하며 다녔던 거 같아요. 학교 다니랴 동생 챙기랴 밥, 설거지, 청소하랴 공부는커녕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거 같아요. 학교를 가 봤자 매일 졸고 자고 집중도 못 하고.

    쉬는 시간에도 자기 바빴고 친구 관계가 중요하던 사춘기 시절. 놀자는 친구의 말에 저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저를 좋게 보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졌던 거 같아요. 그런 친구들조차 저를 멀리했는데 담임이라고 저를 좋게 봐줄 리가 있나요. 그때 제 담임선생님은 부모님 욕을 하고 못 배운 게 티가 난다. 이래서 가정 환경이 중요하다 등등 저를 안 좋게 보셨고 저는 없는 학생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 거 조차 스트레스였고 어차피 알바하랴 동생 챙기랴 힘들어서 학교를 잘 안나기 시작했어요.

    그때쯤 국어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어요. 수업시간마다 졸았었던 저라 매번 교무실가서 혼나는 학생이었고 매번 그렇게 혼나는 모습을 쳐다보는데 그때의 제 얼굴에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 힘들어요. 잘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세요"라고 써 있었대요. 이 말씀을 하시면서 안아주시는데 그런 품이 그리웠던 건지 몰라요. 담임선생님 때문에 모든 선생님들을 싫어했던 제게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준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항상 면담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인생 얘기 선샌님 대학교 시절 얘기 제 얘기 등등. 그때 개그우먼 박지선 쌤과 고려대 과 동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완전 절친한 사이였다고.

    아무튼 그 국어 선생님은 공부는커녕 꿈도 없었고 그런 꿈을 꾸는 건 사치라고 느꼈던 제게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셨던 분이었어요.

    그때 전 14살이었고 너무 어린 나이였어요. 엄마는 항상 제게 네가 누나니 동생을 잘 보라는말 밖에 없었어요. 14살 사춘기인 저는 나도 어린데 내가 왜 다 챙겨야 하지 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사랑이 고팠던 시절인 거 같네요.

    학교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 뿐만아니라 문제집 사는 비용까지 충당해주셨던 국어 선생님은 저에게 천사나 다름없었어요. 하지만 국어 선생님은 그 당시 결혼 준비 중이셨고 선생님도 엄청 재력이 좋다거나 저에게 계속 지원을 해주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어요. 부담을 느낀 저는 계속 쌤께 이제 됐다고 저 혼자 공부하겠다고 지원은 됐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어요.

    여차저차해서 제 얘기가 박지선 쌤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박지선 쌤은 그런 저를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괜찮다고 거절 수도 없이 했지만 박지선 쌤은 제게 말씀하셨어요.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게 사람이다"라며 제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분이었어요.

    박지선 쌤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깨우쳐주셨어요. 그런 이유로 꼭 좋은 대학교를 입학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얻고 제게 꿈을 가져다주신 두 선생님께 꼭 보답하리라고 다짐했어요. 아마 두 선생님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큰 지원과 엄청난 위로를 해주셨어요.

    그렇게 대학을 입학해 은혜를 갚을 날만 기다리는 그 와중에 국어 선생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 소식을 듣고 거짓말이라고 아니라고 힘들어했던 나날이 생각이 나요. 국어선생님 결혼하실 때도 박지선 쌤은 오셨고 장례식장에서도 오셨어요. 결혼식에서 누구보다도 축하해주시던 박지선 쌤, 엄마와 같은 국어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장례식장에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자기가 있지 않냐며 울지 말라고 저보다 더 힘드셨을텐데 저를 안아주시고 위로를 해주셨던 그때가 생각이 나요. 근데요 그런 분이 돌아가셨대요.

    제게 옳은 길을 알려주신 두분 모두 저 하늘에 가셨대요.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부모님도 하늘로 가셨는데 저는 누구를 바라보며 살아야 할까요 8년 전 제게 학생이 꿈꾸는 건 당연한 거라며 꿈을 가지라며 공부를하는건 학생의 본분이라며 가르쳐주셨던 박지선 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떡할까요. 은혜를 갚지도 못 하는 저는 어디에 누구에게 은혜를 갚아야할까요.

    처음뵀을 때 호칭을 뭐라고 할지 몰라 그냥 국어 선생님의 친구이시니까 똑같이 쌤이라고 부를까요? 이 한마디에 밝게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시던 모습, 한때 선생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제가 쌤이라고 부르는 걸 엄청 좋아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 아른거려요.

    지금도 내일도 항상 보고싶을 거예요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나설게요. 그 은혜가 하늘까지 닿았으면 좋겠어요. 박지선 선생님이 제게 보여주셨던 사랑과 관심들, 박지선 쌤이 이렇게 좋으신 이라는걸 잘 알고 계시겠지맘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려요. 많이 보고싶습니다.

    진짜 8년 전 그 한마디 그 사랑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 했을 겁니다 나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충분히 꿈꿀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하늘에서 유정쌤이랑 저 지켜봐주세요 유정 쌤도 지선 쌤도 많이 보고 싶고 유정 쌤께도 전해주세요 제가 많이 그리워한다고 제가 언젠가 찾아갈 수 있을 때 8년 전에 보여주셨던 그 미소 그대로 다시 보여주세요 진짜로 보고싶어요.

    진짜 너무 보고싶어요 중학생 때 제 집앞에서 반찬을 싸들고 환하게 웃고 계시던 두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선한데 저는 어떡하죠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신분들인데 그 두분다 돌아가셨는데 전 진짜 어떡해요 너무 보고싶어요 따라가고 싶어요 진짜 아니라는거 알고 따라가면 저 혼내실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어요. 진짜 너무 보고싶어요.

    사춘기시절 정신적으로 나무가돼주셨던 두 선생님들 이제 보고싶어도 못 보는데 어떡해요 진짜 뭘하면서 살아야 두분이 잊혀질까요. 기사보고 왜 몰랐을까 왜 난 몰랐을까 내가 힘들었을 때 그 누구보다 힘이 돼주셨고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인생 선배이신 선생님을 왜 나는 힘이 돼주지 못했을까요 진짜 죄송합니다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하는 제가 너무 밉습니다 선생님 진짜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