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활동 내용 국회 승인받게 하면 정보자산 고스란히 노출… 대공수사권 폐지하면 국정원 무력해져"
  •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박 원장이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골자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원법 개정은 정보기관을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뉴데일리DB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박 원장이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골자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원법 개정은 정보기관을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뉴데일리DB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모임'이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정원법 개정은 국가안보를 붕괴시키는 자해행위"라고 규탄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성명에서 "국정원의 간첩 잡는 대공수사권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며 "북한의 적화공작이 계속되는 안보현실에서 대공수사권 폐지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라며 국정원법 개정에 반대했다. 

    이들은 '국정원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지난 10월 초 회원 모집을 시작, 보름 만에 1200여 회원이 9000여 만원을 모금했다.

    "대체 어느 나라가 정보기관을 행정기관으로 취급하나"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60년간 축적된 국정원의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사장돼 엄청난 수사역량 약화가 초래된다"며 "정보활동지침이나 수집 범위 등 모두를 국회의 승인을 받게 하면 식물정보원이 되는 것이다. 정보기관을 행정기관화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민주화에 앞장섰고 평화체제를 지향하겠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공수사권만은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사장시키면 김정은 북한 정권의 숙원을 우리가 도와주는 꼴이 된다"고 개탄했다.

    "북핵위기·미중갈등 등 안보상황 엄중한데 국정원 무력화 시도"

    "북핵위기와 미중갈등 등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국가를 지키려면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한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무력화가 아니라 정보역량을 강화해 선진 정보기관으로의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9월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치개입 금지와 대공수사권 이관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여권이 추진하는 국정원법 개정은 대공수사 기능뿐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의 정보 역량 자체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정부의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응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차단 △비밀 누설 처벌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대공수사권 이전이 국정원 변화의 핵심은 아니다"라며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는 원천적으로 차단하되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인 북한·해킹 등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제대로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성명 전문.

    1. 국정원의 간첩 잡는 대공수사권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의 적화공작이 계속되는 안보현실에서 대공수사권 폐지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자는 것입니다. 대공수사는 수사역량뿐 아니라 국내·해외·북한·과학·사이버 등 모든 정보의 유기적 융합이 필요한 특수분야입니다. 간첩 검거는 이러한 종합적 역량을 갖춘 국정원의 전문분야이고, 이것은 국정원이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2. 정보기관을 행정기관화하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정보활동 지침이나 수집범위 등 모두를 국회 승인을 받게 되면 ‘식물정보원’이 되는 것입니다. 국정원 근무경력이 없는 국회 추천 인사를 정보감찰관으로 임명해서 비밀공작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면 독창적·창의적 정보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3. ‘비밀 없는 정보기관’은 존재 의미가 없다.
    국회 정보위원회 또는 감사원이 요구할 경우 조직·인원·비밀공작 등 기밀정보를 전부 제공하면 공작활동의 손발이 묶이고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교류도 어렵게 됩니다. 치열한 국제 정보전쟁 속에서 비밀 없는 정보기관은 그 존재 이유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4. 국정원 무력화는 김정은만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국정원이 무력화되면 북한은 국내 종북·반체제 세력 선동활동을 노골화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로 안보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고무시키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집니다.

    5.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북핵위기, 미중갈등 등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국가를 지키려면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갖추어야 합니다. 세계 선진국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보기관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원장은 경륜을 살려 국정원의 무력화가 아니라 정보역량을 강화시켜 선진 정보기관으로의 길을 열어주기 바랍니다.

    6.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공수사기능을 약화시키지 않았습니다.
    민주화에 앞장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화체제를 지향하면서 대공수사권만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사장시키면 김정은 북한정권의 오랜 숙원을 우리가 도와주는 꼴이 됩니다. 국가안보활동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공수사권을 유지시켜 국정원이 자유민주체제 수호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