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단 연설서 "종전선언 국제적 동참" 요구… 국민의힘 "끝없는 집착에 두려움마저 느껴"
  •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화상 연례 만찬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화상 연례 만찬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고 또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고교생 아들 이모 군에게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지 이틀 만이다.

    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한미 친선 비영리 재단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한국·미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전쟁을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고 제도화할 때 우리의 동맹은 더욱 위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함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며 "북한과도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이해하며,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어렵게 이룬 진전 되돌릴 수 없어"

    "지난 2018년과 2019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화를 멈춘 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한 문 대통령은 "어렵게 이룬 진전과 성과를 되돌릴 수 없으며,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다"고 역설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피격 사건 관련 청와대 첩보분석회의에 불참했으며, 종전선언이 주 내용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수정하지 않고 강행했다. 

    현재까지도 북한은 청와대의 공동 조사 요구에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재차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북한·평화·종전을 향한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에 슬픔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며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대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공허한 외침 대신 국민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그 답부터 해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 구애 반복 말 되나… 전 세계에 北 규탄 한마디 없어"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공무원의 어린 아들 편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통했다면 이틀 만에 종전선언이라는 대북 구애를 또 반복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대통령의 공식 연설에 북한 만행에 대한 규탄과 책임규명 한마디 없이 아무일 없던 것처럼 종전선언을 늘어놓으면 대한민국 어느 국민이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또한 페이스북에서 "비핵화는 실종된 지 오래이고, 우리 국민이 총살당하고 불태워져도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종전선언과 가짜평화밖에 없다"며 "이 나라가 이대로 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정권을 교체해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들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靑 "지도자가 평화 이야기하면 안 되나" 불만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반박 메시지를 내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강조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요한 부분이고, 평화와 뗄 수 없는 개념"이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통령께서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전선언'" 등 비판적 제목을 달아 문 대통령 연설을 전한 언론을 향해 "대한민국 정치지도자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 그리고 평화를 이야기한 것에 대해 어떤 점에서 제목에 그런 표현을 쓰는지 제가 오히려 묻고 싶다"면서 "종전선언을 이야기하면, 평화를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