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따라 北 흘러가는 것 가능하다" 인정하고도 월북 주장… 野 "근거 없는 엉터리" 비판
  • ▲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박성원 기자
    ▲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박성원 기자
    [민주 맘대로 국감]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8일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소속 공무원 이씨(47)와 관련해 "월북 정황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이씨의 실종 시간만 추정했을 뿐, 자신이 주장한 '월북'의 근거는 대지 못했다. 야당은 "해경이 명백한 증거도 없이 월북이라 추정하고 엉터리 수사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김홍희 해경청장 "실종 공무원 월북 판단"…증거는 못 대

    김 청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부·해경청 국정감사에서 '실종 공무원 이씨가 자진 월북했느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씨가 21일 오전 2시쯤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북 정황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씨의 실종 시각을 이 같이 추정한 근거로 "오전 2시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씨가 당직근무를 하다 조타실을 이탈한 시간이 21일 오전 1시35분이었고, 컴퓨터 부팅을 확인해보니 1시38분이었다"며 "다음 당직근무자와 교대도 오전 3시45분쯤 해야 하는데 근무 서명이 안 된 점에 비춰 실종 시각을 이 시간대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 의원은 "무슨 근거로 자진 월북을 판단하느냐"며 해수부 산하 해양과학기술원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권 의원은 실종 시간을 오전 2시가 아닌 그 이후로 잡으면 "점점 북한 쪽에 가까워진다"며 "(이씨가) 인위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류에 따라 북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해경청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실종 시간을 오전 2시라고 추정하고) '인위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으면 북측 해류로 갈 수 없다'는 엉터리 수사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권 의원은 질타했다. 

    또 "채무가 존재하고, 이혼하면 다 월북하느냐"면서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고, 원점에서 객관적 합리적 근거와 증거를 갖고 수사하라"며 김 청장을 질책했다. 김 청장은 이날 실종 공무원이 월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도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서욱 국방부장관도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1일 제가 (이씨 실종 관련) 보고를 받고 '북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고 실무진한테 물어봤는데 '월북 가능성은 낮다, 없다' 이렇게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류 따라 北으로 흘러가는 것 가능"… 말 뒤집은 해경청장 

    그간 해경은 해류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용해 '인위적 노력' 없이는 이씨가 NLL(북방한계선) 북쪽에 당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 청장은 이 같은 주장도 뒤집었다.

    김 청장은 "국민들은 이씨가 NLL을 넘어 30km 넘게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는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표류예측시스템에 따르면 NLL을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올라가기는 힘들지만, 구명조끼와 부력물이 있을 경우 조류 흐름을 타고 (등산곶까지 떠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이 분석한 표류 예측 결과를 토대로 실종된 공무원이 단순표류했을 경우 도착했을 지점과 실제 도착한 지점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인위적인 노력으로 북으로 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김 청장이 이날 국감에서 '조류 흐름을 타고도 NLL 북쪽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씨 가족은 "월북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씨 친형 이래진(55) 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해경 발표는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아들 이모 군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9㎞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