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분들끼리… 이재명 ↔ 이낙연, 같은 방송 나와 '지지율 신경전'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듯 "지지율 1위 하다 사라진 분들이 얼마나 많나"라고 했고, 이낙연 의원은 "엎치락 뒤치락할 것"이라며 자신의 대세론이 꺾인 것을 부인했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신의 지지율을 묻는 물음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의원을 역전한 소감을 묻자 "기분이 나쁠 리가 있겠느냐"고 반색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는 "자꾸 그런 질문 받는다"며 "제가 전에도 그런 경험을 해봐서, 지지율 이건 정말 순식간에 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분들이 지지율 1위 하다가 지금 시야에서 사라지신 분들이 얼마나 많으냐"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동시에 이는 대세론이 꺾인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지사는 또 "한두 달 또는 일주일, 며칠 사이에도 뒤집힐 수 있는 게 지지율이라는 것이어서 거기에 의미를 두고 연연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오히려 신경을 안 쓰는 게 정답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이재명 지사에게 역전 당한 소감을 묻는 말에 "그런 일은 늘 있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지지율은) 엎치락 뒤치락하게 돼 있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이 즉답을 피하자 진행자는 "이 의원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대세론"이라며 "여론조사 결과에서 출렁이면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흔들리는 것인데,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낙연 의원이 "대세라는 것은 없다" "대세가 몇 년 전부터 형성된다는 전례가 없다"며 에둘러 답하자, 진행자는 "이전 총리들 케이스가 많이 거론되지 않느냐. 이 의원은 그럼 그 이전의 케이스와 나하고는 완전히 다르다고 자신하느냐"고 재차 따지듯 물었다.

진행자가 거론한 '이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차기 대권주자 1위였다가 꺾인 고건 전 국무총리로 보인다. 고건 전 총리는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전남도지사를 지내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특유의 진중함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폈지만, 끝내 지지율이 하락해 대권을 포기했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이 의원은 "그렇게 제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제친 이후 내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렸던 이낙연 의원은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이재명 지사에게 지지율을 역전 당한 뒤 연일 이 지사에게 뒤지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은 17%로 19%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에게 2%p 차이로 역전당했다.

또 23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 4개사가 지난 20∼22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의원(22%)은 이 지사(24%)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와 관련,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다 보니 대세론이었던 이 의원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이 지사는 주류가 아니다보니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지지율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이 의원에게 더 많이 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본문에 인용된 두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