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한미워킹그룹 재조정” 주장에 해리스 대사, 반대 분명히 했는데… “해리스도 공감” 허위 보도자료
  • ▲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와 만났다. 면담시간은 25분에 불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와 만난 직후 “한미워킹그룹의 기능을 남북관계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워킹그룹이 효율적이었다는 평가도 있으나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전제한 이 장관은 “운영 및 기능을 재조정·재편해 남북관계 발전을 촉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미국이) 업그레이드된 한미워킹그룹 2.0시대를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며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할 것과 우리 스스로 결정할 것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이 미국과 논의 없이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한미워킹그룹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분명히 전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미국과 논의 없이 남북협력 추진하려는 의도

    해리스 대사는 이와 관련 “미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북한과의 관계 변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한국과) 함께 추구한다”면서도 “미국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나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해리스 대사는 특히 “한국 외교부장관, 미국 주재 대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말했듯 한미워킹그룹은 효율적 메커니즘”이라며 “우리는 이 중요한 작업(한미워킹그룹을 통한 대북정책 조정)을 계속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한미워킹그룹 재조정 제안을 대놓고 거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그러면서 “한미워킹그룹 2.0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더 이해하기 바란다”고 이 장관에게 충고했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 장관과 해리스 대사의 면담이 끝난 뒤 “(해리스 대사가) 한미워킹그룹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자는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미국은 남북 간 협력을 강력히 지지할 뿐 아니라 워킹그룹을 통해 해법을 찾아 나가기를 바란다고 언급하였음"이라며 해리스 대사의 발언과 완전히 다른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소식통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국 언론은 해리스 대사의 외교적 발언만 전했지만,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한국은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냐’며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을 더 키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