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덕분에 민주공화국 돼” 美 NSC도 추모성명… 민주당 ‘친일’ 이유로 논평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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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 백선엽 장군을 애도하는 성명이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나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공식 트위터에 애도 메시지를 올렸다. 반면 청와대는 고위관계자 몇 명이 빈소를 찾았을 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행적’ 운운하며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 ▲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공식 트위터에 백선엽 장군을 추모하는 성명을 내놨다. ⓒ미국 NSC 트위터 캡쳐.
미국 NSC “백 장군 덕분에 한국은 번영한 민주주의 국가 됐다”
미국 NSC는 “1950년대 공산주의 침략자들을 격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백선엽 같은 영웅들 덕분에 한국은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며 “우리는 백 장군이 만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애도하며 그가 남긴 유산에 경의를 표한다”는 애도성명을 12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렸다.
미국 NSC는 성명과 함께 <부산에서 판문점까지: 한국군 최초 4성장군의 회고록>이라는 백선엽 장군의 영문 회고록 표지도 함께 게재했다.
백 장군을 존경한다는 전 주한미군 사령관들의 추모 메시지도 국내에 전해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존 틸럴리 예비역 육군 대장, 버웰 벨 예비역 육군 대장, 제임스 서먼 예비역 육군대장, 빈센트 브룩스 예비역 육군 대장의 추모 메시지를 13일 전했다.
존 틸럴리 “백 장군은 영웅, 애국자, 나의 스승”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주한미군을 지휘한 존 틸럴리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의 사망은 한국과 한미동맹은 물론 개인적으로 내게도 큰 손실”이라며 “그는 영웅이었고, 외교관이었고, 애국자였고, 친구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이 연합사령부 참모들을 데리고 비무장지대 인근을 찾았을 때 “한국전쟁 당시 부하들이 배치됐던 위치를 가리키며 병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연합사를 지원하기 위해 늘 준비가 돼 있던 군인들의 군인이었다”고 추모했다.
버웰 벨 “백 장군은 한국의 조지 워싱턴…세계 최고의 군사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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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을 지휘한 버웰 벨 전 사령관은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이 미군의 아버지였던 것과 다르지 않다”며 “그가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고 백선엽 장군을 기렸다.
- ▲ 지난 12일 백선엽 장군 빈소에 놓여진 조화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 장군은 혼란스럽고 극도로 불확실한 전투에서 한국군을 거듭 승리로 이끌었다”며 “그는 전술과 작전에 매우 능했고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였다”는 것이 벨 전 사령관의 기억이다.벨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이 자신의 복무 시절 두 번이나 자신을 데리고 6·25전쟁 격전지를 돌며 가르침을 줬다”며 “우리는 세계의 위대한 군사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을 잃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먼 “그는 자유의 가치를 알았다” 브룩스 “역사의 한 부분이 사라졌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주한미군을 이끈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을 가리켜 “지난 70년 동안 한미동맹을 강화했고, 동맹이 깨지지 않도록 만든 진정한 영웅이고 애국자였다”고 추모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이어 “백 장군은 자유의 가치, 그리고 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며 “그는 오래 지속될 유산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주한미군을 이끈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의 사망은 한미동맹에 깊은 손실이며, 진정한 역사의 한 부분이 사라지게 된 것”이라며 “그가 전장에서 이끌었던 전우, 그를 존경하며 함께 복무하다 먼저 떠난 전우들과 더불어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침묵하는 청와대, ‘친일’ 운운하며 백 장군 추모 거부한 여당
한편 백 장군이 별세한 지 나흘째가 됐지만 청와대는 그를 향한 추모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12일 오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백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노 실장은 방명록에 “한미동맹의 상징이시고 한국군 발전의 증인이신 백선엽 장군을 애도합니다”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백 장군이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행적도 밝혀진 바 있다”며 “그의 별세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후 국민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13일까지도 백 장군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