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서열이 낮은 양정숙은 쉽게 내쳐도 서열이 높은 윤미향은 필사적으로 방어
  •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에 애플 아이폰이 보인다. ⓒ이종현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에 애플 아이폰이 보인다. ⓒ이종현 기자.
    윤미향 부부와 위안부 인권단체의 종북운동은 자기모순의 극치
    인권단체-여성단체가 아니라 그것의 탈을 쓴 정치 이념 투쟁 단체에 불과
    운동권 서열이 낮은 양정숙은 쉽게 내쳐도 서열이 높은 윤미향은 필사적으로 방어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건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 가장 황당한 것은 인권-여성인권-페미니즘을 지향한다는 단체가 종북활동과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은 현재 세계 최악의 인권 국가이고, 특히 여성 인권은 맨 정신에 언급하기도 힘든 처참한 수준이다. 그런데 정대협(현재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구성원 중 상당수는 윤 씨 부부를 필두로 대놓고 친북 운동을 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인간이 모순의 동물이라 하지만 적어도 대의명분을 내놓고 사회운동을 할 때는 기본적인 일관성과 양심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정대협-정의연은 이러한 거대한 모순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그때그때 편한 대로 이득을 취해왔을 뿐이다. 진정한 여성인권단체였으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린,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한 참상을 준엄한 비판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지금 일어나는 파열음은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고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필자는 이미 지난 4월 초에 쓴 다른 칼럼에서 윤 씨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언급했었다)는 유명한 친북반미주의자였다. 윤 씨의 남편 김삼석은 소위 '남매간첩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다. 그들과 그 가족들은 이후에도 노골적인 종북(從北)활동을 벌여왔는데 정대협과 관련된 건만 해도 부지기수다. 그래 놓고 자기 딸은 미국의 비싼 음대에 유학시킨 것도 화제가 됐다. 유학자금에 대한 엉터리 해명도 계속 변하고 있다. 이제는 김복동 할머니가 용돈으로 줬다는 데까지 발전했다. 하는 해명마다 하루도 안돼 거짓으로 밝혀졌다. 윤 씨가 정대협 활동을 하기 전에 일본 가네보 화장품 외판원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와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윤 씨는 개인 계좌로 고(故)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조의금을 받아서, '사드반대 대책위원회' '탈북 종업원 북송 추진단체' 등에 마음대로 지원했던 것도 드러났다. 또한 윤 씨 부부는 위안부 쉼터(안성쉼터)에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을 초청해서 재(再)월북을 권유하기조차 했다. 이들에게 돈을 계속 지급하며 회유했다. 이런 일에 빠지지 않는 민변 소속 장모 변호사도 여기에 가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삼석 등은 "장군님, 수령님" 등의 호칭을 입에 달고 얘기하며 북한의 혁명가요를 불렀다고 한다. 이런 회유에 응하지 않은 류경식당 전 지배인 허강일 씨는 이런 일과 암살 위협 등 신변의 위협을 느껴 2019년 3월 제3국인 해외로 재(再)망명을 가야만 했고, 최근에 증거와 함께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증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윤 씨 부부와 정대협은 2014년부터 '희망나비'라는 단체와 같이 '유럽평화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참가 학생들이 북한이 고용한 간첩인 케네데를 만나게 하는 등 종북반미교육을 지속적으로 시켰다. 이 정도면 본업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돈 벌기인지 종북운동인지가 애매해질 정도다.

    종북친북주의자들은 그동안 탈북자들에 대해 일관되게 적대적인 자세를 보였다. 제일 유명했던 케이스는 2012년 6월 1일 당시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인 임수경 씨가 탈북자에 대해 “개념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국회의원인 나한테 함부로 개겨?”, “하태경 그 변절자 새끼 내손으로 죽여 버릴 꺼야...”,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 이 변절자 새끼들아... 너 몸 조심해 알았어?”,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등의 폭언을 한 경우였다.

    임씨가 평소 탈북자의 대표 격인 황장엽 전 비서에 대해 증오감을 숨기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임수경은 한국외국어대 용인분교 4학년 때인 1989년 밀입북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이런 폭언에 대해 당시 탈북자들은 격렬한 규탄집회를 했었다. 당시 탈북청년 김모(당시 32살)씨는 "술에 취해 탈북자에게 폭언이나 일삼는 주폭(酒暴)으로 전락한 임수경의 모습“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명했었다. 정대협 관계자들과 일부 민변 변호사들의 탈북자 회유는 그들의 이런 흐름과 일관된 행동이었다. 또한 외대 용인분교(당시 명칭)는 종북운동의 핵심 중 하나인 ”경기동부 그룹“의 주축을 이뤘다. 윤미향의 남편인 김삼석은 물론 수감 중인 이석기 등이 외대 용인분교 출신이다.

    사실 정신대와 위안부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 이들 단체는 이것을 혼용해서 사람들의 인식에 혼선을 가져왔다. 이용수 할머니도 대구 기자회견에서 여기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정신대는 근로정신대를 뜻하는 용어인데 그동안 위안부와 혼용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본인들만 진실이고 정의라는 위압적 태도를 견지해왔고, 여기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피해자 할머니라 하더라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다"라고 외치다가 소위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폭로를 하자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됐다"는 기상천외하고 모순덩어리인 변명을 해댔다. 일본이 조성한 기금을 수령할 경우 자기들의 위안부를 통한 장사가 끝날 것을 두려워해서 결사적으로 반대했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윤 씨와 정대협-정의연(현 이사장은 중앙대 이나영 교수)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가 아니라 "계속 이용해서 등쳐먹고 싶었다"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일에 분기탱천해야 할 소위 여성단체-인권단체들은 일제히 침묵을 지키거나 오히려 정대협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 때 여성단체들이 오히려 오 전 시장을 감싼 것이 연상된다. 솔직히 얘기하자. 이들은 인권단체-여성단체가 아니라 그것의 탈을 쓴 정치 이념 투쟁 단체에 불과하다.

    또한 평소에 '정의'를 엄청나게 외치던 KBS를 위시한 정권선전매체들은 이 사건을 축소·왜곡하느라 정신이 없다. KBS언론노조(2노조) 위원장이었던 성재호는 자기들은 사실보도 보다는 “정의보도”에 더 관심 있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하는 것이 정의보도인지 양심 있는 언론노조원이라면 한번 얘기해 보라. 정대협의 지금 이름인 정의기억연대도 “정의”를 맨 앞에 내세우고 있다. 미안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정의는 자기들이 편하게 규정하는 임의적인 (상당부분은 가짜)정의에 불과하다.

    솔직히 얘기하자. 집권세력이 출당시킨 양정숙 의원의 죄가 1이라면 윤미향 의원(5월30일부터 국민세금에서 봉급을 받는 의원이 됐다)의 죄는 100이 넘는다. 그러나 양의원이 종북좌파 운동권 내에선 서열이 매우 낮은 잡골(雜骨)인데 반해서, 윤미향은 적어도 진골(眞骨)은 되는 높은 서열이기 때문에 집권층의 대응은 전혀 다른 것이다. 양정숙은 쉽게 내쳐도 윤미향은 온갖 욕을 먹어도 필사적으로 방어해 준다. 이것이 현재 집권세력의 추악한 자화상이다.

    * 위 칼럼은 2020년 5월 28일 매일신문에 실린 칼럼을 상황전개에 따라 필자가 대폭 증보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