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앞둔 정구철 "내 아내 맞다" 인정… "靑 부담 막기 위해 서둘러 사퇴" 차단설은 부인
  • ▲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에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부금수입과 사업별지출내역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에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부금수입과 사업별지출내역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부인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정 비서관은 28일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떠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에 강력 반발했다. 청와대도 "악의적 보도"라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경희,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고발돼

    정 비서관 부인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정의연 회계실무자와 함께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한 사무총장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과 함께 시민단체들로부터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기부금품 모집·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조선일보는 이날 정 비서관의 사의표명 이유를 '(아내가 정의연 사무총장인 탓에)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 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사전차단설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정의연 사무총장이 아내인 것은 맞다. 숨겼던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세운 적도 없다"고 말했다.

    "내가 후원회원 아닌 것을 이제야 알았다"

    정 비서관은 이어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각자 열심히 살았다"면서 "아내가 정의연 일을 한 지 2년이 가까워오는데, 남편이면서 후원회원이 아닌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 지난 4월 사의를 표했다"며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요인과 겹쳐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라고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저의 삼고초려에 정 비서관이 고사를 거듭하다 올 4월까지 근무하기로 했다. 지난달 그만두려 했으나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 저의 요청으로 사직을 늦춘 것"이라며 "오늘 보도는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이자 악의적 보도"라며 날을 세웠다.

    발끈한 … '文 지지율 타격' 우려한 듯

    청와대가 이날 이례적으로 즉각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정의연 사태와 관련한 의혹 제기를 방치할 경우 자칫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줄곳 윤 당선인 문제는 당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자세를 유지했다.

    정 비서관은 언론노보·미디어오늘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는 등 매우 가까운 사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실 행정관과 국내언론비서관을 지냈고, KTV한국정책방송 영상홍보원 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2017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7월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정의연 라인' 좌파 정·관계에 실재

    정 비서관을 비롯해 좌파 정·관계에는 정대협(정의연의 전신) 출신 인사가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인 지은희 전 장관은 정대협 기획위원장을 거쳐 1998년부터 정대협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미경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1990년대 초부터 정대협에서 활동하며 홍보위원장 등을 지낸 뒤 15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전국구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내리 5선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일했던 신미숙 전 비서관도 정대협 실행이사 출신이다. 신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행정관으로 일했고, 이후 이미경 이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내면서 정대협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