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영 개입 아니다"… 기업들 "정상화 기준 모호, 정부 주식 매각 시점도 불투명" 불안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청와대가 항공·자동차 등 7대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방식으로 '지분(주식) 취득'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주주로서 일종의 권한을 행사해 방만경영을 견제한다는 취지이지만, 기업 경영에 정부의 개입을 배제하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6일 "국민 세금을 통해 살린 기업이 회생하면 그 이익을 당연히 국민과 나누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영정상화 후 주가 상승 등으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이나 배당으로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구체적인 이익 공유 방법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주식과 연계된 증권 등을 취득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제도 설계 과정에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기간산업을 지키는 데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 지원받는 기업에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방침을 발표하면서 고용유지, 자구노력과 함께 이익공유를 자금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靑 "세금으로 살린 기업 이익 공유해야" 

    청와대는 일단 이 조치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기업의 주식 연계 증권을 취득하더라도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이익을 국민과 공유할 뿐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비슷한 상황에서 '경영권 관여' 우려를 선제적으로 불식했다. 항공산업 지원금의 70%는 고용유지금 등 상환이 필요 없는 지원이고 30%는 정부 대출이다. 대출의 10%만 의결권 없는 주식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계·산업계는 여전히 경영 개입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판단하는 기준과 그에 따른 정부의 주식 재매각 시점 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어려워 경영정상화를 정부 기금으로 지원하면서 주식을 취득한다니, 결국 국유화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가 민노총 등 강성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해 지원조건에 고용유지, 자구노력 의무, 경영정상화 후 이익 공유 등을 적시한 것은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의 '재단 모금' 논란이 벌어졌던 2016년 12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정농단청문회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고용유지, 자구노력 의무, 이익 공유... 지원 조건도 '압력'

    기업들은 '180석 압승'으로 법안 처리에 힘이 실린 여권이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어기고 전면으로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 우한코로나 여파로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업 옥죄기'는 정상적 투자활동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우한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기업들은 해외로 나갔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사상 최대인 618억 달러에 달했다. 전년보다 21.0% 증가한 규모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등 반(反)기업 규제 기조에 따라 기업 투자가 내리막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21대 국회에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견실한 경제발전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건의한다"며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합리적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과 의정활동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