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퇴임 임원에 공로금 수급안 상정했다 철회… MBC노조 "'공로' 치하가 아닌 '과오' 책임 물어야"
  •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20일 방문진 이사들에게 고지한 '제6차 정기이사회 소집통보서'. 4번 심의안건으로 'MBC 퇴임임원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결의건'이 올라와 있다. 이 소집통보서는 지난 24일 4번 안건이 삭제된 상태로 재고지됐다. ⓒ방송문화진흥회 공식홈페이지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20일 방문진 이사들에게 고지한 '제6차 정기이사회 소집통보서'. 4번 심의안건으로 'MBC 퇴임임원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결의건'이 올라와 있다. 이 소집통보서는 지난 24일 4번 안건이 삭제된 상태로 재고지됐다. ⓒ방송문화진흥회 공식홈페이지
    지난 2년간 2000억원 규모의 누적적자를 낸 MBC의 전 경영진이 사측에 '특별퇴직공로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특별퇴직공로금은 재임 중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한해 퇴직연금 이외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지급하는 돈으로, 그동안 MBC는 다수 전임 대표이사들에게 5000만원가량을 특별퇴직공로금으로 지급해왔다.

    최승호·변창립·조능희 "퇴직금 외 공로금도 달라" 요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은 지난 20일 방문진 이사들에게 알리는 '제6차 정기이사회 소집통보서'에서 "'MBC 퇴임임원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결의건'을 심의안건에 올렸다"고 고지했다. 이는 최승호 전 사장과 변창립 전 부사장, 조능희 전 본부장 등 9명의 퇴임임원에게 총 2억4000만원의 특별퇴직공로금을 지급한다는 안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MBC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성명을 통해 "사상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한 경영진에게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방송문화진흥회가 최승호 전 사장 등이 요청한 공로금 지급안건을 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채택·승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방문진이 기록한 안건 설명을 보면 퇴직공로금이 관행이라고 나와 있으나, 2017년 방문진은 물러나는 경영진에게 경영 실적을 문제 삼아 퇴직위로금은커녕 당연히 지급해야 할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며 결코 관행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최승호·변창립·조능희 등 전 경영진은 자기들이 특별한 공로를 세웠으니 거액의 퇴직금 외에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들이 과연 무슨 공로를 세웠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2년간 MBC의 경영이 악화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들을 거론했다.

    "2년간 매년 1000억원대 적자 기록… 공로가 아니라 과오"

    MBC노조는 "최승호 사장 재직 기간 MBC는 '드라마 왕국'에서 '드라마 무덤'으로 추락했다"며 "같은 작품도 MBC가 만든다면 배우들이 출연을 사양한다는 말까지 나왔고, 전에는 MBC 예능PD들이 작품이 성공하면 회사를 떠났는데, 이제는 성공하기도 전에 회사를 떠나는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년간 매년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하루 광고 매출액이 여섯 살 이보람 유튜브와 비슷한 날도 있었고, 전 직원이 편의점 알바를 한 것보다 적게 번 날도 있었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이런 경영 결과는 '공로'가 아니라 '과오'라고 부른다"며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책임을 져야지, 감히 공로금 소리를 입 밖에 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MBC노조는 최승호 사장 재임 기간 19명이 해고된 사실을 거론하며 "역대 어느 MBC 사장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된 직원 중 상당수는 2017년 파업 불참자로 정치적 보복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고, 해고무효소송에서 이기고 돌아왔더니 정직 6개월을 부과해 또다시 소송을 하는 직원도 있다"며 "이러한 회사와 직원 간 소송이 수십 건에 달해 소송비용만으로도 회사 허리가 휠 판"이라고 밝혔다.

    방문진, 사내 반발 일자 특별퇴직공로금 안건 철회

    이처럼 퇴임임원에 대한 특별퇴직공로금 수급안이 방문진 이사회 심의안건으로 올라온 사실을 MBC노조가 지적하자, 방문진은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안건은 상정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의결안건에는 문화방송 전임 경영진에 대한 특별공로금 지급 안건이 상정돼 있지 않음을 알려드린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특별공로금 지급 사항에 대해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해 본 공지를 올린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이날 이사들에게 재고지한 '제6차 정기이사회 소집통보서'에서 4번 심의안건에 있었던 'MBC 퇴임임원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결의건' 항목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