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십 매체 동원해 기사·칼럼 수없이 쏟아내… "한국에선 신천지가 확산" 주장도
  • ▲ 중국 매체들은
    ▲ 중국 매체들은 "왜 우리가 우한폐렴 때문에 사과해야 하느냐"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뉴스포털 터우탸오 캡쳐.
    중국이 우한폐렴 확산 책임을 다른 나라에 돌리려고 공작(工作)을 벌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매체의 논조로 볼 때 한국과 미국에  덤터기를 씌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 매체 “우리가 왜 우한폐렴 확산에 사과해야 하나”

    국내 언론은 4일 “중국은 우한폐렴 확산과 관련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한 중국 매체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월 말부터 수십 매체에서 계속 쏟아냈다.

    중국 뉴스포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오늘의 헤드라인, 속칭 터우탸오)’에서 “중국이 왜 세상에 사과해야 하느냐(中国,凭什么要向全世界道歉)”는 문장으로 검색한 결과 같은 주장을 담은 수십 개의 칼럼과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중국 매체들은 “우한폐렴은 자연발생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이는 중국만이 아닌 인류가 겪는 질병”이라며 “이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났을 때 중국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다른 나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 외부 확산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인류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전염병 확산 방지 노력을 치하하고 감사함에도 인터넷 일각에서는 ‘중국 사죄론’을 퍼뜨린다”면서 “우한폐렴이 다른 나라로 확산된 것에 중국이 사과하거나 보상할 필요는 없다”고 매체들은 주장했다.

    우한폐렴이 사회감염으로 퍼지고, 이후 중국인과 중국여행자들을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간 것도 중국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매체들은 중국이 우한폐렴 확진자와 사망자, 의심증상자 수, 국내 대응책 등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세계적으로 퍼졌던 전염병들을 언급하며 “전염병 진원지라는 이유로 사과한 나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 ▲ 시진핑은 지난 2일 베이징의 의학연구기관들을 찾아
    ▲ 시진핑은 지난 2일 베이징의 의학연구기관들을 찾아 "우한폐렴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전염병 때문에 사과한 적 없었다” “한국에서는 신천지가 문제”

    “미국에서 독감으로 매년 수만 명이 죽어도 그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스페인독감’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했을 때도 미국은 사과하지 않았다. 2009년 H1N1 신종플루가 전 세계에 퍼졌을 때도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세계적 재난·재해에 중국의 사과를 받으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중국 매체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한 매체는 “한국에서는 사교(邪敎)집단에 의해 우한폐렴이 확산했음에도 그들은 중국을 비난한다”면서 우한폐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한국 측이 모든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2월27일 전후다. 중국의 호흡기질환 권위자라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이날 “우한폐렴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중국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시진핑이 인민해방군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대 의료원, 국가위생보건위원회 등을 찾아 “우한폐렴 바이러스의 근원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 “중국은 세계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칼럼과 글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 모든 매체는 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기사를 내보낼 수 있다. 즉, 중국 공산당의 주장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이런 칼럼이 쏟아지는 것은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또는 ‘코비드-19’라는 WHO 권장용어보다 ‘우한 바이러스’ ‘우한 코로나’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 등을 더 널리 사용하고, 각국 의료·보건전문가들이 우한폐렴의 확산 원인이 중국에 있다고 지적하자 그 오명(汚名)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는 선전선동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