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자문 국정조정위원 사망, 부통령, 보건부 차관 감염…“마스크 사재기 교수형”
  • ▲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우한폐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연합 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우한폐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연합 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은 우한폐렴 확진자가 한국에 비해 늦게 나왔지만 사망률은 훨씬 높다. 특히 고위층 가운데 확진자가 많아 이란 당국은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란 우한폐렴 사망자 77명…고위층 대거 감염

    미국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현재 이란의 우한폐렴 확진자가 2336명, 사망자는 77명으로 늘어나자 당국에서는 확산을 늦추기 위한 새 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국회의원 23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며 “의회는 의원들 간 접촉은 물론 시민들과의 접촉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압둘레자 메스리 의원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고지도자(아야톨라)에게 자문을 하는 국정조정위원회 위원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반정부 집단이 페르시아어 위키피디아에 올린 내용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자문위원인 ‘모함마드 미르모함마디’가 사망했다.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미르모함마디의 모친도 우한폐렴으로 숨졌다.

    이란 국정조정위원회는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종교기관과 행정부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기구다. 권력구조 상 행정부와 입법부 위에 존재하는 이란 최고권력기관이다.

    그 외에 바티칸 대사를 지낸 종교지도자이자 원로정치인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디 다스타크 의원도 숨졌다.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부 차관, 이라즈 하리치 우한폐렴 대응 태스크 포스 대변인도 감염됐다. 엡테카르 부통령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테헤란 미국대사관을 습격, 관계자들을 444일 동안 인질로 만들었던 학생 운동의 주도자였다.

    모든 가정 방문, 실태 조사…마스크 사재기, 최고 교수형
  • ▲ 테헤란 지하철을 방역 중인 보건당국 관계자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테헤란 지하철을 방역 중인 보건당국 관계자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에서 종교 및 정치 지도자 가운데 우한폐렴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을 두고, 외신들은 이란 지도부의 거주 지역과 중국인 거주지가 거의 겹치고, 이란 지도부가 중국인들을 자주 만난 탓에 우한폐렴에 대량 감염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한폐렴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국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명령을 내렸다. 그는 이슬람 혁명수비대에게 “보건부를 도와 우한폐렴 확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에 예하 바시즈 민병대를 동원, 30만개 팀을 꾸려 이란 내 모든 집을 방문해 우한폐렴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혁명수비대는 마스크와 세정제, 방역복 등을 사재기하는 업자를 단속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테헤란 남부에서 의료용 마스크 500만장, 의료용 장갑 3200만 켤레 등을 사재기한 유통업자의 창고를 급습해 압수했다. 압수한 물품은 보건부에 전달했다.

    이란은 의료용품 사재기를 하는 사람은 최고 교수형까지 처하겠다고 밝혔다.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지난주 의료용품을 사재기한 업자 20여 명을 적발했다”면서 “우한폐렴이 확산 중인 지금 마스크와 의료용품 등을 사재기하면 5~20년의 징역형, 최고 교수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란 지도층은 우한폐렴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시민들은 당국이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 때와 같이 인터넷을 차단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은 당시 ‘할랄(Halal)’이라는 방화벽을 사용해 이란 정부가 인정한 사이트 외에는 외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