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8.72℃에서 가장 강한 전염력 등 이유… 의료계 "봄 되면 전염력 약해진다고 확신 못해"
  • ▲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 외에선 우한폐렴 확산 속도가 둔화했다고 보고 향후 1~2주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판단했다. ⓒ뉴데일리 DB
    ▲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 외에선 우한폐렴 확산 속도가 둔화했다고 보고 향후 1~2주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판단했다. ⓒ뉴데일리 DB
    국내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향후 1~2주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판단했다. 대구·경북지역 외에서는 확산 속도가 둔화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또 다시 정부가 섣부른 판단을 한다며 전국적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1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대구시민들의 적극적 협조에 따라 감염은 대구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중"이라며 "당초 우려했던 빠른 속도의 전국 확산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1~2주가 중요 분수령… 우려했던 빠른 전국 확산 없어"

    박 장관은 "대구지역의 경우 신천지교회 신도 등 고위험집단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우선 집중하고 확진환자를 찾아 격리하는 등 감염 확산을 통제해 나가는 중"이라며 "신속하게 신천지교회 신도의 검사를 완료하고, 확인된 환자를 격리해 대구지역내 전파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전국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1~2주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의료계는 '1~2주가 고비'라는 정부의 주장에 다소 부정적이다. 현재 상황을 환자 증가 추세에 따라 판단하기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방역체계를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1월 말부터 '1~2주가 고비'라는 말은 계속 나왔다"며 "대구‧경북만 보고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고 있으니 1~2주 이후 안정될 때라고 속단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특히 신천지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전국적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천지의 사례는 1~2명의 환자가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을 때, 쉽게 전파시킬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때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신천지에 과하게 집중돼 증상이 없는 신천지 관련 환자는 많아지는 반면 신천지가 아니면 증상이 있는데도 검사를 못 받거나 확진자가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섣부른 낙관론, 금물… 대구·경북 사례만으로 판단 안 돼"

    김 이사는 특히 중국이 안정세에 접어드는 것과 비교해 국내에서도 조만간 진정 추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중국이 진정 추세로 들어간 건 공산주의 국가여서 도시를 봉쇄하고 공장을 다 멈추고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했다"며 "그런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에선 후베이성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하며 공장도 재가동하는 경우가 있어 다시 감염이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아직까지는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 2일 0시 기준 476명의 확진자가 추가, 국내 확진자는 총 4212명이 됐다. ⓒ뉴데일리 DB
    ▲ 2일 0시 기준 476명의 확진자가 추가, 국내 확진자는 총 4212명이 됐다. ⓒ뉴데일리 DB
    정부가 '1~2주가 고비'라고 주장한 데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약해지는 속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우한폐렴 전파가 정점을 찍고, 그 뒤부터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기상청은 올해 3~4월 전국 평균기온은 6.5~7.3℃, 4월에는 12.8~13.6℃로 전망했다.

    지난달 28일 문화일보는 '중국 쑨이센대 연구진이 우한폐렴을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균 8.72℃에서 전염력이 가장 강했고, 이후 기온이 높아질수록 서서히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연구진이 429개 도시를 저온그룹과 고온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봄 되면 바이러스 전염력 약해진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한폐렴 역시 같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대하 이사는 "더운 나라에서도 환자가 계속 나온다. 우리보다 따뜻한 나라에서도 환자가 계속 나온다"며 "봄이 오면 좀 안정화할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도 처음 시작이 6~7월이었다"고 덧붙였다.

    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 에밀리 찬 잉양 의학교수는 "우한폐렴이 계절에 따라 다시 나타나는 병이 될지 확실치 않지만 국가별 공중보건법, 정책, 행동 패턴의 차이가 있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아메시 아달자 교수 역시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이 바이러스는 다섯 번째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3명 발생해 총 89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싱가포르의 한낮 기온은 최고 영상 31도를 기록했다. 최고기온이 26~34도인 대만·태국·호주에서도 각각 35명, 28명, 2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확진자 4212명… 3000명 찍고 이틀 만에 4000명 넘어

    한편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는 476명의 우한폐렴 확진자가 추가 확인됐다. 국내 확진자는 총 4212명으로 늘었다.

    대구에서만 37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구의 누적 확진자는 3081명이다. 경북에서는 68명의 환자가 추가돼 총 624명이 됐다. 대구·경북 확진자는 총 3705명으로 전체의 87.9%를 차지한다. 이 외에 31명의 확진자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남 10명, 부산 5명, 서울‧강원 각 4명, 경기 3명, 전남 2명, 인천‧경남‧대전 각 1명 등이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8명 늘어 26명이 됐다. 격리 해제자는 1명 늘어난  31명이다. 현재까지 검사받은 사람은 10만5379명으로, 이 중 7만1580명이 음성판정받았다. 나머지 3만3799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