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파의 靑 안보실 흔들기, 컨트롤타워 무력화韓 태생적 트릴레마에 실무 기능 마비 겹친 위기30년 전 낭만적 민족주의 매몰 … 北 전략 오독盧 '반기문 카드' 교훈 삼아 인적 쇄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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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6월 1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6인회' 인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석·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 ⓒ뉴시스
최근 주한미군의 서해상 단독 훈련과 한미 연례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기간 야외 실기동훈련(FTX) 축소 여부를 둘러싸고 한미 군 당국이 공개적인 불협화음을 이례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무적 마찰을 넘어 이재명 정부가 자주파의 남북 대화·평화 프로세스라는 외교적 거대 담론과 한미 확장억제·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외교·안보 현안 사이에서 '복합 트릴레마'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로 분석된다.북한에 유화적인 '자주파'와 현실주의적인 소위 '동맹파'의 갈등이 쿠팡 사태, 한미 관세 협상,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대북정책 협의체 구성 등을 두고 반복적으로 터져나오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승인 지연은 물론, 양국 군의 갈등 노출 등 안보 현안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이러한 가운데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최근 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며 남북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이 관습적으로 우리에게 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대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비례성 대응에 일관할 것이며 그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충분하다"고 위협했다.◆'자주파 6인회', 李 정부 외교·안보 콘트롤타워 흔들기 지속외교·안보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자주파 6인회'로 불리는 원로들(임동원·정세현·문정인·이종석·서훈·박지원)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콘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을 흔들어 한국의 안보 자율성을 훼손하고 동맹의 신뢰를 갉아먹는 구조적 교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한 전직 안보 관료는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주변에서 흔드는 자주파 세력이 문제"라며 "정치적 계산에 따라 컨트롤타워를 흔들어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외교·안보에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현직도 아닌 20여 년 전 통일부 장관인 정세현 씨가 이러한 자주파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면 국정의 전략적 축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특히 자주파 원로들의 위 실장 흔들기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부 밖에서 불을 지피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내부에서 거드는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세미나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 정부에 있다. 이른바 동맹파들이 (대통령 주변에) 너무 많다"고 사실상 위 실장의 경질을 요구했다.위 실장이 외교를 남북 관계 중심으로 보는 자주파의 고질적인 '한반도 천동설'을 경계하자 정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자국 중심성'이 있는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해야 한다"며 위 실장의 경질을 거듭 요구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위 실장이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채찍과 같은 역할을 미국 대신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하며 위 실장을 '미국 앞잡이'로 규정했다.현직인 정동영 장관은 위 실장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에 따라 위 실장이 맡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NSC 상임위원장은 NSC 회의에서 위임된 외교·안보 현안을 협의·조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핵심 콘트롤타워다. 그런데 김영삼·노무현 정부에서처럼 통일부 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할 경우 대북 정책 중심의 '한반도 천동설'이 부활해 제네바 합의(1994년) 붕괴와 같이 북핵 위기를 키울 우려가 제기된다.자주파 전 통일부 장관들(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의 공세는 한·미가 대북 정책을 논의하는 공조회의('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체) 개최 직전에도 터져 나왔다. 이들은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과거 남북 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다"며 "통일부가 중심이 돼 남북 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통일부가 해당 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부처 간 공조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
- ▲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각)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튀르키예 앙카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자주파의 국가안보실 흔들기→韓 외교·안보 태생적 트릴레마 교착'낭만적 민족주의'에 매몰된 자주파의 외교·안보 콘트롤타워 흔들기는 한국 외교·안보의 태생적인 트릴레마를 더욱 복잡한 교착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중국과 인접한 비핵국인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한미동맹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대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해야 하는 트릴레마적 교착 구조에 놓여 있다.한미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이 이를 '대중 포위'로 해석하고 보복해 대중 관계 관리가 어려워지고 한국의 자율성이 줄어든다. 반대로 대중 관계를 최우선 관리한다면 미국이 '중국 경사'로 인식해 동맹 압박(방위비·억제 약화)을 가하며 한국의 자율적 선택 여지가 오히려 줄어든다. 자율성을 강조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편의적으로 왔다 갔다 하다 결정적 순간에 동맹국인 미국에 버림받을 위험이 크다. 동맹 결속 약화 인식으로 디커플링 압박이 커지며 확장 억제가 흔들릴 수 있다.이에 대해 한 안보 전문가는 "자주파의 행보는 역설적이다. 자주파가 주장하는 대로 정책을 추진하면 자주가 불가능하다"며 "동맹과 자강은 동전의 양면인데 한미동맹을 흔들어 한미 공조가 약화하면 자강도 불가능하다. 한국은 미국처럼 초강대국이 아니다. 핵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동맹 없는 자주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남북 군사 합의 복원-한미연합훈련 축소-전작권 전환, 기능적 트릴레마 봉착자주파의 입김이 세지면서 이재명 정부가 보이는 정책 목표 간 상충 관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9·19 남북 군사 합의 일부를 일방적으로 복원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사실상 축소하면서 동시에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트릴레마다.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독자적 전장 주도 능력을 입증할 고강도 연합훈련의 전면적 확대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유화 기조를 우선하며 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9·19 합의 복원을 추진하는 순간, 전작권 전환의 핵심인 '능력 검증'의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한미연합훈련의 핵심인 FTX의 연중 분산 실시는 FS 기간 고강도 야외 기동 불가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달성을 지연시킨다. 9·19 합의 복원은 비행금지구역 재설정으로 대북 감시 공백을 초래해 장사정포 추적 등 전작권 검증을 어렵게 한다. -
- ▲ 북한은 지난 22일 노동당 제9차 대회 4일 회의에서 김정은을 당 총비서로 추대하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복합 트릴레마의 근원은 '낭만적 민족주의'에 기반한 자주파의 대북 오독이러한 복합 트릴레마의 근원은 남북 관계 단절을 북한 내부의 구조적 선택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손 내밀기만 하면 북한이 호응할 것이라는 자주파의 '낭만적 민족주의'에 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남북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개방되는 것을 체제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북 교류가 북한 정권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들은 이미 남북 관계의 단절을 체제 안전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외부 정보의 유입과 그로 인한 북한 주민의 인식 변화가 '김 씨 일가'에 실존적 위협으로 부상한 현실에서 9·19 군사 합의 복원이라는 정부의 유화적 제스처는 전략적 유효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남북 교류의 확대를 체제 전복의 시발점으로 간주하는 김정은 정권의 생존 본능을 고려할 때 정부의 선제적 양보가 북한의 대남 단절 기조를 돌려 세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김정은은 최근 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한국이 우리와 국경을 접한 지정학적 조건을 탈피할 수 없는 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김 씨 정권 수호를 위한 구조적 선택임에도 정부가 이를 정책적 유인책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치명적인 전략적 오독에 가깝다.자주파 원로들은 유사시 선제 타격을 받아도 생존 전력을 통해 보복 타격을 보장하는 '제2격 능력' 확보에 한층 근접하게 된 북한을 1994년 제네바 합의 직전 핵 개발 초기 단계의 북한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관가 내부에서는 정 장관의 대북 접근법이 현 정세와의 극심한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제시하는 과거의 선례를 찾아보면 예외 없이 2004~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의 낡은 문건들만 호출된다는 냉소 섞인 토로가 흘러나온다고 한다.'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민족공동체' 환상은 북한 정권의 생존 전략 오독을 낳아 대화 우선·제재 완화를 외치게 하며 한미동맹·확장억제를 '외세'로 치부하는 배타적 태도로 변질되고 결국 북핵 위협 고착화를 초래할 뿐이다. -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024년 9월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국제한반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한미관계 최대 위기 … 노무현 정부의 '반기문' 승부수에서 해법 찾아야전문가들은 자주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 혼란이 가중되는 현 시기를 한미 관계의 최대 위기라고 평가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가정보원이 쿠팡 사태에 관여하자 미국이 바로 반발했다는 사실을 단순히 쿠팡의 '로비' 때문이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며 "외교·안보 라인에 친북·친중 인사들이 포진해 있으니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를 둘러싼 한미 갈등이 임계점에 달하자 '현실주의 미국통' 반기문을 외교 수장에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선 후보 시절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겠다"던 반미 기조와 취임 초기 자주파 일색의 인사 배치가 가져온 동맹의 균열을 수습하기 위한 실리적 결단이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감축을 골자로 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었고 외교부 내에서는 청와대의 아마추어적 대미 접근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상황이었다.미국은 2004년 1월 반기문 장관이 등판하자 "이제야 말이 통하는 파트너가 생겼다"며 안도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외신들은 그를 "노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A safe pair of hands)로 묘사하며 청와대의 돌출적 자주 노선과 미국의 현실주의 사이를 메울 적임자로 평가했다.그는 이라크 파병이라는 전략적 기여를 통해 미국의 방기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물꼬를 터 동맹의 지평을 경제 영역으로 확장했다.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과정에서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동북아 분쟁 연루' 차단하는 명문을 확보한 것은 자주의 명분과 동맹의 실리를 동시에 챙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복합 트릴레마의 해법도 이러한 '이념적 순혈주의'의 탈피와 '실무적 현실주의'로의 회귀에 있다는 지적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분야 원로 관료는 현 상황에 대해 "2026년의 한반도는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도화된 핵 비대칭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럼에도 과거의 낭만적 민족주의에 매몰된 자주파 인사들이 안보 컨트롤타워를 흔들며 한미동맹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책"이라고 비판했다.그는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 직접 협상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버리고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한국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는 '통남통미'(通南通美)을 추구하게끔 인식을 전환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의 복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지금처럼 신뢰가 결여된 굴종적 대북 정책으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유인책이 전무하다"며 "북한이 통남통미가 될 때 비로소 남북 관계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을 덜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순혈주의를 탈피한 실전적 안보 라인의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