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예산-배분권 없고, 기재부는 전문성 없는데… '무조건 질책' 文에 속앓이
  •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폐렴 관련 전국적인 마스크대란이 계속되자 연일 청와대 참모진과 관련 정부기관장을 질책했다. 정부의 부실한 재난물자 관리 체계를 탓한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 컨트롤타워가 없어 빚어진 일인데도 이제 와서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화를 내는 건 유체이탈화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긴급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마스크 공급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모든 대책을 강구하라"며 홍 부총리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홍 부총리로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상황 및 대책에 관한 정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마스크 문제는 국민) 체감이 제일 중요하다”며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스크가 마트에 있는지 공무원이 직접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7일에도 청와대 회의에서 거듭 ‘국민 체감’을 강조하며 “행정적 조치로 끝나지 말고 일제히 나가서 확인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고한 청와대 참모진을 거론하며 꾸짖었다.

    그런데도 마스크 부족사태가 지속되자 문 대통령은 28일 여야 4당 대표들과 회동에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춰야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대책을 내놨으니 오늘부터 내일,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를 믿어달라”고 야당 대표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식약처, 가용 인력과 예산에 한계

    현재 KF94 등 황사용 방진 마스크는 안전인증 문제 등 의약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식약처가 수급 관리를 하는 주무부처다. 하지만 차관급인 식약처장이 이끄는 소규모 부처 특성상 마스크 수급관리를 종합적으로 다루기에는 가용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 관련 인허가·수출입 등 업무를 맡았지만 유통체계 등은 상시관리하지는 않고, 공적물량 등을 배분할 권한도 없다.

    식약처가 전면에 나서서 장관급인 다른 부처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마스크 생산업자들에게 공공계약물량 공급을 위해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지급할 위약금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셈이다.

    기재부는 마스크 유통 시스템과 관련한 전문성이 없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한 번 사용하는 품목이라는 인식이 강해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연히 기재부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품목이었다. 수급문제를 관할하는 주무부처가 아닌 만큼 기재부가 마스크와 관련해 전체적인 시장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인희 민생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여전히 많은 국민이 마스크 구매처를 찾지 못하거나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에 애를 먹는 실정"이라며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