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 MB 구속 두고 '공방'… "선고 이후 불구속 선례 남기지 않으려는 심리 작용"
  •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다시 맞붙는 분위기다. "항소심 재판부의 보석취소 결정은 위법"이라며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낸 재항고를 법원이 받아들이자, 검찰은 "석방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다시 항고장을 냈다.

    삼성 뇌물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된 본안 판결과 구속여부와 관련한 판단이 이미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검찰이 굳이 항고장을 제출한 이유는 뭘까. 법조계 일각에서는 항소심 선고 이후에도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있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검찰 "절차 안 맞아" vs 변호인 "보석 상태 유지해야"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의 이 전 대통령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항고장에서 "10년 이상의 중형은 구속이 원칙이며, 피고인이 상을 당했거나 구금을 해제해야 할 만큼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검사 의견을 들어 구속집행정지를 하게 돼 있다"며 "법원이 재항고장을 접수한 지 두시간 만에 검찰 의견도 듣지 않고 내린 결정이어서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일 항소심 선고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보석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법정구속하고 재수감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이 끝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전직 대통령으로 청와대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게 도망할 우려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석취소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재항고장을 법원에 냈다. 

    중형에 따른 구속도 보석 상태가 아닌 피고인에게 적용되며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취지에 따르더라도 보석조건을 준수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취소할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고장이 접수된 당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고 이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 보석취소와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결정이 있을 때까지 구속집행을 보류하겠다는 의미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 보석취소 결정에 대해 재항고가 있을 때에는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견해 대립이 있다"면서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심 결정 시까지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 넘어갔는데 항고… 선례 남기고 싶지 않은 듯

    검찰이 법원 결정에 반발해 다시 항고장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항소심 선고 이후에도 불구속 상태가 유지되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변호인단 측이 요청한 보석취소 결정에 따른 재항고와 검찰의 항고도 결국 대법원의 본안 판결과 함께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항고한다고 해도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는 이 전 대통령의 신병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한 고위 법조인은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구속집행이 정지돼 석방 상태에 있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가 처음"이라며 "관련 판례가 없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집행을 우선 정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조인은 "다만 보석과 관련된 판단을 대법원이 본안 판단에 선행해서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검찰도 이를 알고 있지만 구색을 맞춘다고 해야 할까. 할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항고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일 경우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묻지 않고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변호인의 주장이 옳을 경우 불법구금에 해당하는 긴급한 사항"이라면서 "검찰은 변호인 측이 제기한 도망의 우려와 재항고에 대한 형법조항에 대한 의견은 없이 재판부의 절차상 문제점만 꼬투리 잡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