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분위기 망치지 말라, 시진핑 지시로 우한폐렴 확산"… 공산당 비난 목소리 커져
  • ▲ 지난해 3월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모습.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3월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모습.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이징에서 3월 초 열릴 예정이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진핑의 지도력도 함께 흔들린다.

    3월 초 예정 전인대·정협 모두 연기될 듯

    중국의 신화통신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17일 회의를 열고 3월5일 개막 예정이던 전인대를 연기하는 안건을 상정했다”며 “오는 24일 안건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제안은 현재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은 리잔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했다. 리 위원은 왕치산 부주석과 함께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장티에이웨이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대변인은 “지금은 (우한폐렴의) 예방·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3000명에 달하는 전인대 대표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성(省)과 시(市)의 간부들, 이외에도 많은 대표들이 (우한폐렴)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인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놓고 이들(전인대 대표들)이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주의 깊은 평가를 거쳐 전인대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장티에이웨이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국내외 언론 “시진핑의 한국·일본 방문 늦어질 것”


    오는 3월3일 열릴 예정이던 정협 또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CCTV도 지난 17일 “인민정치협상회의도 오늘 전국정협주석회의를 열어 3월5일 열릴 예정이던 정협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정협 위원은 2100여 명이다.

    이로써 전인대와 정협 모두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에서 전인대와 정협은 매년 당의 지도력을 보여주고, 그 해의 국가전략목표를 재정비하는 자리다. 이런 양회가 연기된 것은 덩샤오핑이 1985년 양회 개최를 법제화한 뒤 처음이다. 중국은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양회를 연기하지 않았다.
  • ▲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에야 우한폐렴 관련시설을 찾았다. 그러나 지방이 아닌 베이징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잠깐 들른 것이어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불렀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에야 우한폐렴 관련시설을 찾았다. 그러나 지방이 아닌 베이징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잠깐 들른 것이어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불렀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양회 연기는 시 주석의 한국과 일본 방문 일정은 물론 국내정치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한폐렴 확산 이후 중국 내부에서 시 주석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상황에서 전인대와 정협까지 연기되면 공산당 내에서 그의 지도력이 약화되고 그동안 억눌렸던 반대파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보 “시진핑이 ‘춘절 분위기 망치지 말라’ 지시”


    중국 밖에서는 이번 우한폐렴 확산이 시 주석 탓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홍콩 명보는 지난 17일 “우한폐렴의 확산은 공산당 최고위층이 ‘춘절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고 해서 생긴 일”이라고 보도했다. 명보 측은 시 주석을 ‘중앙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지난해 12월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하자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즉각 대응했다. 이어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1일 전문가들을 현지로 보냈다. 이 조사를 토대로 우한위생건강위원회는 1월5일 “원인불명의 폐렴이 59건 발생했으며, 사람 간 전염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질병통제예방센터는 6일 “문제의 폐렴은 호흡기관을 통해 전파될 위험이 크다”며 “전염병 경계태세를 2급으로 올리고 공공장소 등에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우한폐렴 문제는 7일 열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됐다. 신문은 “이 자리에서 당 중앙지도자는 ‘원인불명의 폐렴 예방과 통제에 주의를 기울이되 그로 인해 지나친 공포심을 일으켜 춘절 분위기를 해치지는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중앙지도자는 시 주석밖에 없다.

    우한시 4만 가구, 시 당국 경고 없어 대규모 연회 참석

    지난 1월18일 우한시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4만여 가구가 모여 벌이는 ‘만가연(萬家宴) 또한 공산당 지도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 열린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만가연’은 중국이 ‘샤오캉(小康, 중산층)’ 시대를 연다며 우한시에 건설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연례행사다. 공산당의 선전 사례인 아파트여서 우한시 당국도 관여했다. 올해는 우한폐렴 확산에도 시 당국이 경고하지 않아 ‘만가연’에 참석했던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감염됐다고 현지 주민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명보의 보도가 나오자 일반 중국 시민은 물론 공산당 당원 사이에서도 시 주석과 공산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