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보국 '민주당 빼고' 칼럼 고발 취하, 지도부는 침묵… "오만함 도 넘었다" 비판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언론사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대학교수와 해당 언론사를 고발한 더불어민주당이 거센 역풍에 직면하자 결국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 공보국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사과나 견해 표명은 전혀 없었다. 민주당의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칼럼 고발사태가 4·15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14일 오전 10시13분 당 공보국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앞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보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 칼럼이 공직선거법 58조의 2(투표 참여 권유활동) 조항 등을 위반하고,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에 고발했다. 

    "정치적 목적 있는 것으로 판단, 고발조치는 과도했다"

    민주당은 이날 고발 취하 문자를 보내면서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13분 뒤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 교수가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이라고 정정했다. 처음 보낸 문자에는 임 교수를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내일' 출신이라고 했었다. 

    임 교수 고발 철회 방침은 이날 오전 이해찬 대표 주재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일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열린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 등 지도부는 임 교수 고발사태와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편 전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고발은 부적절하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다수도 고발취하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진중권 "민심 변화 읽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의 문제"

    민주당의 유감표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분들, 고발취소하면서도 뒤끝 남기는 거 보세요. 하는 짓이 아주 저질들입니다.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고발취소한 거 아닙니다. 작전상 후퇴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의 문제"라며 "하다못해 우리 집 전기주전자도 물이 다 끓으면 스스로 전원을 차단하는데, 민주당은 스스로 피드백 시스템을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민주당만 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을 향해 "나도 고발하라"는 글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야당도 공세에 가세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회의에서 "정권을 비판하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를 보인 것"이라며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지 행태는 '반민주적'인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범여권에 속하는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이번 고발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미리 교수, SNS에 이력 공개

    한편, 임미리 교수는 이날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강조하며 자신의 이력을 공개한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예상은 했지만 벌써부터 신상이 털리고 있어 번거로운 수고 더시라고 올린다"며 '삼성물산' '시티뱅크' '성북신문 기자' '노원신문 편집국장' 등 구체적 이력을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의 고발취하 소식을 속보로 짦막하게 다룬 것 외에 별다른 견해를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