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자국민 전원 철수…미국 항공·크루즈 “중국·홍콩 운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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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또 중국 정부를 감싸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WHO 권고’를 앞세워 세계 각국에 “중국에 대한 제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영국과 프랑스는 중국 내 자국민 전원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기업과 대학은 중국과의 접촉을 끊는다고 밝혔다.
- ▲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2017년 중국의 지원으로 선출됐다고 알려져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중국 덕분에 아직 기회 있다”
중국에서 발병한 우한폐렴이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퍼질 때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선포를 머뭇거려 비난을 받았던 WHO 사무총장이 지난 4일(스위스 현지시간) 또 중국을 두둔하고 나섰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우한폐렴 확진 사례의 99%, 사망자의 97%가 후베이성에서 나온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우한폐렴에 대해 우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WHO 기준 4일 오후까지 중국의 우한폐렴 확진환자는 2만 471건, 사망자는 425명이었다. 중국 외에서는 24개국에서 176명의 확진환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필리핀에서 한 명 발생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를 앞세우며 “확진 사례의 99%는 중국에서 나왔다. 다른 나라에서 나온 176건은 매우 적은 수치다. 공황에 빠지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면서 “상황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중국 덕분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밖에서 발생한 우한폐렴 확진 사례 가운데 WHO에 완전한 보고서를 제출한 경우가 38%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선진국들이 우한폐렴에 대한 정보 공유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사는 나라들은 중요한 데이터를 WHO와 공유하는데 한참 뒤쳐져 있는데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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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까지 22개국이 (중국과의 여행 및 무역의) 제한을 WHO에 보고했다”면서 “모든 회원국에 국제보건규정(IHR)에 부합하지 않는 제한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요청을 반복한다. 이런 제한은 두려움과 오명을 증가시킬 뿐”이라는 주장도 폈다.
- ▲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외교부 “전 세계, WHO 권고 따라 입국제한 풀어야”
같은 날 중국은 세계를 향해 “중국에 대한 여행금지와 무역중단 조치를 내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WHO는 중국에 대한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고, 중국이 취한 조치에는 지지와 신뢰를 표했다”면서 “그런데도 방역능력도 강한, 일부 선진국에서 과도하게 (중국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의 주장을 인용한 뒤 “신종 코로나(우한폐렴)도 무섭지만, 그보다 유언비어나 공포가 더 무섭다”며 “중국은 전염병이 발생한 이래 WHO 권고와 IHR(국제보건기준)의 요구 사항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는 214개국에 퍼졌고 사망률이 17.4%였으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사망률은 34.4%나 됐다”면서 “반면 3일 기준 우한폐렴의 해외 확진자는 153명으로 중국 환자의 1%에 불과하다”며 중국이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영국·프랑스 “우리 국민들, 모두 중국을 떠나라”
WHO와 중국의 거듭된 주장에도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이날 중국내 자국민의 전원 철수를 명령했다. 미국은 민간분야가 나서 중국과의 교류를 중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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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여행경보를 통해 “우한, 충치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중국에 있는 영국인은 지금 떠날 수 있다면 바로 떠나라. 특히 노인과 지병이 있는 사람은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영국인들의 중국 여행도 금지한 상태다. 한국으로 치면 철수명령이다.
- ▲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영국에 도착한 전세기.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중국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중국에 있는 영국인들은 우한폐렴에 감염되는 것이 싫거든 당장 그곳을 떠나라”고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중국에는 3만여 명의 영국인이 체류 중이다. 영국 정부는 이들에게 알아서 중국을 떠나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는 후베이성에 남아 있는 영국인 귀환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날 여행경보를 발령해 중국에 있는 자국민의 전원 철수를 권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중국 여행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귀국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체류하기로 한 프랑스 국민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프랑스 외무부는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민간 분야에서 나서 중국과의 접점을 차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중국 노선에 이어 홍콩 노선도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크루즈 여행사 ‘로열 캐러비언 크루즈’도 승선 2주 이내에 중국 본토나 홍콩을 방문했던 승객은 탑승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홍콩 여권 소지자는 건강검진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학들은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국인 학생들을 격리 수용하거나 중국과의 연수프로그램을 중단했다. 프린스턴대는 중국에서 돌아온 학생 100여 명에게 자가 격리를 지시했고, 듀크대는 중국 우한대학과 연계해 운영하던 듀크쿤산대학 학사일정을 중단하는 한편 이달 24일까지 중국 캠퍼스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또 이 학교에 다니던 미국 학생에게는 즉시 귀국하라며 1000달러(한화 118만 7000원)의 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또한 중국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