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 문제점으로 '새보수' 지적… "공천권 지분 욕심에 대의가 사라졌다"
  • ▲ 17일 오전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 새보수당 대표 위원인 지상욱, 정운천 의원이 불참했다. 새보수당 지상욱 의원은 전날(16일) 박형준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뉴시스
    ▲ 17일 오전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 새보수당 대표 위원인 지상욱, 정운천 의원이 불참했다. 새보수당 지상욱 의원은 전날(16일) 박형준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뉴시스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출범하며 급진전될 듯했던 보수대통합 논의가 암초를 만났다. 새로운보수당이 혁통위 박형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박 위원장은 이를 거부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며 통합 논의가 오히려 퇴보하기 때문이다. 

    지상욱 새보수당 의원은 16일 "박형준 위원장이 중립성을 위반하고 자유한국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가 "지상욱 의원이 유감을 표명한 것이고, 사퇴 주장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박형준 위원장이 양당 통합 협의가 부적절하다 말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하 대표는 "황교안 대표의 양당 간 협의체 구성 여부에 따라 중대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새보수당 측 혁통위원으로 참석해온 정운천 의원과 지상욱 의원은 이날 혁통위 회의에 불참했다.

    "기득권 내려놓자면서 왜 자기들 기득권은 안 내려놓나"

    혁통위 회의에서는 새보수당의 태도에 비판이 쏟아졌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출범한 다음날 우리 먼저 방 두 개를 찜하자는 것"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자면서 왜 저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가"라며 새보수당에 날을 세웠다. 

    박 위원장은 "혁통위는 범보수통합을 해달라는 국민의 여망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통합 여망이 보수정당 지지도에도 긍정적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대통합을 놓고 정당 간 이해득실에 따라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이를 두고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 다음은 정치전문가들 4명의 견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1 논의하면 지분 늘어날 것" 

    새보수당으로서는 혁통위에 들어가 통합을 논의할 경우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과 1 대 1로 논의를 시작하면 당 대 당이 되는 것이니 처지가 훨씬 좋아진다. 이럴 경우 공천 지분과 관련한 논의도 용이해지고, 혁통위 논의보다 지분도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미지가 중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하는 새보수당이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들이려는 박형준 위원장을 못마땅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러다 우리는 밑으로 들어가 눈치 보며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진 듯하다.

    ▲박상헌 정치평론가 "유승민부터 험지에 출마하라"

    최근 보수통합 논의로 혁통위가 발족하면서 그야말로 유승민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보수통합의 대전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세력이 모두 결집해 총선을 치르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명언을 하며 옳은 말 하는 합리적 이미지를 만들었던 유승민 의원이 '대전제'를 잊은 채 자신의 생각에만 매몰된, 이기적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미지 정치인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새보수당이 혁통위를 발족시키며 멤버로 참가하다 갑작스레 위원장을 흔들고 양당 논의기구를 만들겠다는 것도 문제다. 그 뒤에 유승민이 있다는 짙은 의심이 든다. 히말라야를 넘어가려면 서로 죽지 않기 위해 팀을 구성하고, 그 원동력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 팀을 구성할 때는 당연히 이타적인 사람과 팀이 되고 싶은 것이다. 

    유승민에게는 지금 이런 이타심 회복이 절실하다. 자신이 대구 동구을을 고집하며 지분만 바라는 태도를 보이지 말고, 차라리 자신이 먼저 험지 출마로 모든 것을 버린다고 해야 그들이 요구하는 지분도 따라간다. 이기심에 눈이 멀어 지분을 위해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전공) "지금까지 새보수당이 한 게 뭐 있나?"

    통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느냐'다. 새보수당이 그간 대여투쟁에서 무엇을 했으며,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가 중요한데, 과연 그들이 무엇을 했는가? 지금 새보수당이 독자적으로 당을 꾸리고 총선을 치른다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 이런 상황임에도 자신들의 공천 지분만을 위해 혁통위를 흔드는 모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합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옳고 남은 틀리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문제다. 공천 지분을 가지고 조금 더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대의는 사라진 듯하다. 박형준 위원장을 '한국당의 대변인'이라며 비판하고 판을 흔드는 것이 그것이다. 박형준 위원장은 한국당이 아니라 새보수당을 만든 사람들과 오히려 정치적 성향이나 친분이 두텁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보수의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박형준 위원장 선임이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과거 좌파진영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며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들일 때 함세웅·백낙청 같은 소위 '좌파의 어른'으로 불리는 사람이 역할을 했다. 보수대통합에도 이런 '보수의 어른'들이 나서서 조정해야 하는데, 박형준 위원장이 나서서 결국 이렇게 됐다. 

    유승민 의원과 새보수당은 공천 지분을 원한다. 그런데 시민단체와 전진당 같은 세력과 한 테이블에서 지분을 나누고 싶어할 리 없다. 혁통위가 보수대통합의 산파로 제 모습을 찾으려면 당을 대표해 참가하는 사람들과 권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