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원 팬들 "CJ ENM, 기업 이미지 위해 'X1 활동 재개' 일방 선포… 팬들 기망"
  • 지난 연말 허민회 CJ ENM 대표가 "활동 재개를 돕겠다"고 공언했던 논란의 '두 그룹'이 전혀 상반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남성 아이돌그룹 '엑스원(X1·사진)'은 해체가 확정됐고,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은 활동을 재개하기로 내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원은 지난 6일 홍보 대행사를 통해 "각 멤버들 소속사(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위에화엔터테인먼트, 티오피미디어, 위엔터테인먼트, MBK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브랜뉴뮤직)와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활동 재개 여부를 협의했으나 합의가 되지 않아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7월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X101'로 데뷔한 엑스원은 데뷔 앨범(비상) 첫 주 판매량(초동)이 52만장을 돌파할 정도로 가요계의 큰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해 7월 말부터 순위 조작 의혹에 휘말리면서 변변한 활동도 해보지 못한 채 팀이 해체되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반면 엑스원과 마찬가지로 선발 과정에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에 직면한 아이즈원은 이달 안으로 활동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티비뉴스에 따르면 2018년 10월 데뷔한 아이즈원이 1년 넘게 활동하면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계약기간도 아직 남아 있어 내년 4월까지는 활동을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이즈원은 빠른 시일 내 지난해 발매할 예정이었던 정규앨범 '블룸아이즈(BLOOM*IZ)'를 발매하고 신곡(피에스타)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주관한 CJ ENM 역시 지난 6일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아이즈원의 컴백이 무르익었음을 밝혔다.

    2018년 6~8월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48'로 데뷔한 아이즈원은 1년여간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나 지난해 불거진 투표결과 조작 사건으로 '조작돌'이란 오명을 뒤집어 썼다. 지난해 11월 11일 정규앨범을 발매하기로 하고 쇼케이스 일정까지 잡았던 아이즈원은 조작 의혹이 프로듀스 전 시리즈로 번짐에 따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조작돌' 오명 쓰고 활동 강행… 멤버들 고통만 가중"

    허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활동을 못하고 있는)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도 피해자"라며 "이들의 활동 재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가요계에선 투표결과 조작으로 수혜를 입은 연습생들이 두 그룹에 다수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모두의 활동을 돕겠다는 CJ ENM의 방침이 공평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겠다고, 부당한 방법으로 팀에 합류한 이들에게까지 인기와 부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날 뿐더러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게다가 허 대표가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투표결과가 조작되기 이전의 순위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점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수혜자가 누군지 가려지지 않은 상태로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재개할 경우, 조작 사건과 무관한 멤버들까지 심적 고통에 휘말리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허 대표가 내뱉은 약속이 말 뿐인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가요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3일엔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소속사는 CJ ENM으로부터 활동 재개와 관련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며 "허 대표의 기자회견은 CJ ENM의 일방적인 발표"라는 보도가 나왔다.

    브릿지경제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회동에 참석한 한 엑스원 멤버 소속사 관계자는 "일부 멤버 소속사로 인해 '조작그룹'의 오명을 썼는데 어떻게 활동을 강행할 것인가"라며 "우리는 활동 재개에 대한 의사를 밝힌 바 없다. CJ ENM이 일방적으로 발표해놓고 추후 활동의 키를 소속사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이미지 위해 'X1 활동 재개' 일방 선포… 팬들 기망"


    이와 관련, 엑스원 팬클럽 가입비환불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6일 '프로듀스X101 갤러리'에 올린 성명문을 통해 "CJ ENM은 엑스원의 활동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소속사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했으며, 이를 통해 팬들을 또다시 기망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CJ ENM의 행보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엑스원 공식팬클럽 가입비를 전액 환불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프로듀스X101'은 프로그램 종영 직후부터 순위조작 논란이 제기됐는데, CJ ENM은 이를 극구 부인하면서 그룹 엑스원의 데뷔를 강행했고, 동시에 공식팬클럽 회원을 모집했다"며 "하지만 이후 조작 정황이 명확히 드러나면서 멤버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겼고, 엑스원이라는 그룹의 가치는 유명무실해졌다"고 개탄했다.

    또한 "현재까지 엑스원의 활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공식 KIT를 발송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한 대책위는 "이와 같은 이유로 대책위에서는 공식 KIT 수취를 전면 거부할 뿐만 아니라, 스윙엔터테인먼트에서 임의로 발송하는 KIT에 대해서도 바로 반송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식 KIT를 발송한 인터파크는 환불 문제에 대해선 팬클럽 측과 진행하라며, 반송하더라도 일체 환불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대책위는 "CJ ENM이 구체적인 피해 보상을 약속한 만큼 정신적인 위자료 명목으로 공식팬클럽 가입비 환불을 촉구하며 이러한 요구를 묵살할 시, CJ ENM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엑스원 공식 카페는 지난해 7월 22일부터 29일까지 엑스원 팬클럽 1기를 모집했다. 활동 기간은 1년, 가입비는 1인당 3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