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엔 "2018년 1월 12~16일 실태파악" 기재… "11일 울산 갔다" 靑 기존 해명과 달라
  • ▲ 청와대가 4일 공개한 보고서 내용 중 울산 고래고기 사건 부분. ⓒ청와대
    ▲ 청와대가 4일 공개한 보고서 내용 중 울산 고래고기 사건 부분. ⓒ청와대
    청와대가 최근 불거진 '하명수사' 논란을 정리하고 나섰다. '백원우 특별감찰반(특감반)' 소속 A 검찰수사관이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울산에 내려간 게 아니라는 해명이다. A 수사관은 검·경이 갈등한 '울산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는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먼저 '김기현 첩보 문건'을 백원우 전 비서관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 대변인은 "2017년 10월경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C 씨가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을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 받았다"며 "이 행정관은 제보 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를 복사해 e-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고, 이후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A 수사관 등이 작성한 문건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정비서관실에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관심이 상당했다고 부연했다. 문건에는 그러나 '고래고기 사건' 관련 내용은 단 3줄 뿐이었다. 청와대 해명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고민정 대변인이 공개한 문건은 청와대가 작성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다. 그는 "민정비서관실에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조사를 했었다"며, "그 근거가 바로 이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다"

    이 보고서 작성 주체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로 돼 있다. 보고서 표지 왼쪽 윗 부분에는 '특별보고'라는 표시가 들어 있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별도 운영했다는 '백원우 특감반'이 울산에 내려가 조사한 내용 등이 담긴 보고서다. 지난 2일 사망한 A 검찰수사관, B 총경 등 민정수석실 직원이 이 특감반에 소속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변인은 "2018년 1월쯤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집권 2년차를 맞아 행정부 내 기관 간의 엇박자, 이해충돌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이 실태 조사를 위해 현장 대면 청취를 실시했다"고 했다. A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건,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래고기 사건으로 인한 울산지검과 울산지방경찰청 간 갈등 실태를 알기 위해 '백원우 특감반'이 울산에 내려갔다는 것이다. 

    고래고기 사건은 검·경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다. 울산 경찰은 2016년 4월 '불법 포획의 증거'로 밍크고래 고기를 압수했다. 이를 울산지검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줬다. 고래고기 환부를 계기로 검·경 갈등이 생긴 사건이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과 달리, 보고서에 담긴 고래고기 사건 관련 내용은 단 세 줄 뿐이었다. '검·경간 고래고기 환부 갈등' 소제목 밑에는 사건 경위에 대한 세 줄 짜리 요약만 있었다. 청와대가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는 사건에 대해, 단 세 줄로 요약한 내용만 보고서에 들어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세 줄 요약만… A 수사관이 내려간 시기도 안 맞아

    보고서에는 "2016년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일부를 검찰이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면서 촉발됐다"며 "2017년 9월 고래보호단체가 사건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발, 검찰 대상 경찰의 수사 본격화로 갈등 촉발"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최근까지 상호간의 부실 수사·수사 방해 등을 두고 공개적 설전을 벌이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앞두고 갈등 양상 표출(민정수석실 자체 파악)"이라고만 적혀 있다.

    청와대 해명이 석연치 않은 대목은 또 있다. 특히 고래고기 사건 실태를 파악했다는 기간과, A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시점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보고서 '개관' 항목에 나온 실태 파악 기간은 2018년 1월 12일~16일이다. 그런데 A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건 같은해 1월 11일이다. 

    고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A 수사관이 2018년 1월 11일 울산에 내려갔다"고 했다. 이 서면 브리핑에는, B 총경이 2018년 1월 11일 A 수사관과 함께 KTX를 타고 울산에 가게 됐고, A 수사관은 울산지검을, B 총경은 울산경찰청을 방문한 뒤 귀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는 고래고기 사건 실태를 점검했다는 청와대 행정관들의 면담 과정과, 결과도 적혀 있지 않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진솔한 의견 청취를 위해 지인 중심으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돼 있을 뿐이다. 청와대 보고서에 면담 시기, 장소, 상대방 등에 대한 자세한 조사 과정과 결과가 없는 것이다.

    고 대변인은 이날 오전부터 약 6시간 가량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과 협의해 제출이 가능한 관련자료를 임의제출하는 등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하여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