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반, 유재수 뇌물 증거 확보… 조국에 첩보 보고된 뒤 갑작스레 조사 중단됐다"
  •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시스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시스
    부인 정경심(57) 씨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에게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감찰반의 정당한 공직자 감찰을 무마했다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21일 오전 9시30분부터 조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조 전 장관은 앞선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부인 정씨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등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장관이 소환된 것은 지난 14일 첫 소환 이후 일주일 만이다. 

    조국,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소환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추가로 살펴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하면서 건설업체와 자산운용사 등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항공권, 골프채, 자녀 유학비 등 수천만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이런 내용의 첩보를 받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지만 무산됐다. 

    이 사실은 김태우(44) 전 검찰수사관이 지난 2월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 전 장관이었다. 금융위 징계도 받지 않고 무사히 부산으로 자리를 옮겼던 유 전 부시장은 지난 10월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이었다. 

    조 전 장관의 '유재수 비위 무마' 건이 확인된다면 조 전 장관에게는 기존 혐의 외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민정수석의 직무범위에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 상시 사정, 예방 및 공직비리 동향 파악 △공직자 복무점검 및 직무감찰업무 등이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감찰반의 정당한 감찰을 방해하고 공직자 비리 사정업무를 유기했다면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김 전 수사관도 지난 2월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이 본격적으로 '조국 수사'에 착수하기 이전까지는 수사가 답보상태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사찰도 아니고 공직자 비위와 관련해 정당한 감찰을 하는데, 그걸 못하게 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민정수석의 직무범위에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직무유기 혐의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국 '직접 연루' 가능성도 조사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유 전 부시장 비위에 직접 연루 여부도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비위 첩보가 접수됐지만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비리 첩보와 관련 없는 사적인 것이 나왔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와 국정감사 등에서 나온 발언 등에 따르면 감찰반은 당시 유 전 부시장을 수차례 직접 조사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뇌물수수 증거까지 확보했지만 이 첩보가 조 전 장관에게 보고된 뒤 갑작스레 조사가 중단됐다. 

    유 전 부시장도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로 서울동부지검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4일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19일에는 유 전 부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과 업체 관계자들이 나눈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메시지에서 업체 관계자들에게 "미국행 항공권 고맙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1992년 공직에 입문한 뒤 2007년까지 재정경제부에서, 2008년부터 금융위원회에서 일했다. 2017년 8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맡았고, 2018년 7월부터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