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가안보실 "일정 상 어렵다" 답신… 맥스웰 "인권 변호사 경력 文의 거절에 실망"
  • ▲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가 2018년 5월 4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탄압 관형 회의에 참석한 모습(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뉴시스
    ▲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가 2018년 5월 4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탄압 관형 회의에 참석한 모습(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뉴시스

    청와대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거부한 것이 14일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귀순을 원한 북한 선원 2명을 강제추방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인권 변호사' 경력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이 북한 정권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회장이 전한 웜비어 부모 면담 요청에 대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청와대에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씨의 방한 사실과 함께,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아 면담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한 안보실의 답신은 지난 13일 이 회장에게 전달됐다. 웜비어 부모는 오는 2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국가안보실은 답신 서한에서 "보내주신 서신은 잘 받아봤으며,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하고 계신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면담 요청을 거절한 뒤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자극 피하는 文정부… 靑 "직접 와달라니 어려웠다"

    이 같은 청와대의 행태에 대해  미·북 실무회담 일정 진전 기미가 없자,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내린 조치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더욱 실망스럽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우선시하지 않은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고 문화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북한 인권에 초점을 맞추면 핵 합의나 북한과의 화해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있다"며 "인권은 도덕적 의무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말 사안이 드러날수록 이 정권이 국내법이나 국제법, 절차, 시스템 이런 것 다 떠나서 '정말 인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정권인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14일 웜비어 부모를 백악관으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한 바 있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대학생 신분으로 북한 평양에 관광 갔다가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북 당국에 억류된 바 있다. 17개월 후인 2017년 6월 미국에 송환됐으나 치료 6일만에 사망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협의회의 요청은 문 대통령이 국제결의대회 현장에 직접 와서 웜비어 부모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현장 방문 일정을 급하게 추가하기 어려워 거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