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설전' 후 '정치인 황교안'에 아쉬움 터져나와…"여전히 국무총리 같아" 비판도
  • ▲ '정무적 감각'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정무적 감각'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성원 기자
    선언뿐인 통합 논의, 손학규 대표와의 불필요한 설전, '조국 효과' 까먹기... 

    최근 일련의 사태를 두고,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황교안 대표의 '정치력'에 대한 회의가 터져 나온다. 제1 야당 대표의 정무 감각 결여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공무원’ 출신 참모들에 둘러싸인 ‘공무원’ 출신 정치인의 한계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만다. 

    긴가민가하던 황 대표의 정치력에 대한 불신을 터뜨리게 한 것은 지난 10일 청와대 만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친 빈소에 방문했던 여야5당 대표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형식으로 회동을 청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공수처 법안 반대와 선거법 개정이 담긴 패스트트랙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그런데 정작 설전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벌어졌다.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이후 손 대표는 "황 대표에게 정치 선배로서 한마디 하겠다고 꾸짖은 것"이라며 자신의 위상을 끌어 올렸다.  

    홍준표 "문 대통령과 담판해야지 왜 손학규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판에 청와대 회동도 부적절했지만 할 수 없이 갔다면 제1야당 대표가 범여권 군소정당 대표와 논쟁할 것이 아니라 정국 혼란의 주범인 문 대통령과 담판하고 뛰쳐 나왔어야 했다"며 "국민들로부터 야당이 대안세력 수권세력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런 강단과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가 엉뚱한 싸움으로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문재인이 야당 복이 있다”며 황교안 대표를 비꼬았다. 그는 “회담을 하려면 양자 회담을 해야지 왜 계속 5자회동을 하느냐”며  “손학규가 황교안에게 소리지르는 행태는 문재인 2중대 본색을 드러낸 것인데 (황 대표는)이렇게 나올 줄 몰랐나”고 황 대표의 정치력과 협상력에 의문을 표했다. 

    당내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소속 재선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앞에서 자꾸 깐족거리다 보니 (황 대표가)한마디 하신 것 같은데 신중하게 판단하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의 정치 감각과 협상력에 대해 "정치 초년생의 티를 팍팍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는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일부러 황교안 대표를 도발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가 맞받아치면서 싸운 것이 정무적 감각이 없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오히려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문 대통령의 얼굴을 울그락 불그락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임기응변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며 "참모들이 없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정치 감각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인도 측근들도 공무원 출신… 핵심지지층 ‘황교안 피로감’"

    황교안 대표의 정치 감각 결핍이 황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꽃길만 걷던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친황’으로 분류되며 당의 요직을 장악한 박맹우 사무총장과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공무원 출신이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검사 출신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황 대표도 그렇고 측근 그룹에 꽃길만 걷던 잘나가는 공무원 출신이 많아 정치적 고난을 안 겪은 분들이 대다수"라며 "이 사람들은 무사안일주의가 기본으로 깔려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모진이라도 정무적인 사람들로 포진시켰더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황 대표 측근 그룹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며 황 대표의 인재풀을 꼬집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황 대표가)아무래도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검찰에서 평생 관료로 살아오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정치라는 것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익숙치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은 1위인 이낙연 국무총리에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11일 중앙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의 지지율은 14.5%을 기록한 반면 이 총리의 지지율은 24.2%였다. 

    이종훈 평론가는 황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 핵심 지지층의 지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보수진영에서 황 대표에게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황 대표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황 대표를)걱정하다가 한편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인데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 '황교안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야당대표 하면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같이 강단있게 정부여당과 맞서 싸우고 오기도 부려야 하는데 너무나 점잖은 모습”이라며 “파이터가 파이터 다워야 국민들이 야당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지 지금의 모습은 점잖은 국무총리 감”이라고 황 대표의 야성회복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지난 6~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평균 응답률 13.4%에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