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공소장 허점 지적… "기조실장 등 공동정범 해당하는지 특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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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첫 재판이 기소 150여일만에 열렸다. ⓒ박성원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등의 첫 재판이 기소 150여 일 만에 열렸다. 재판부는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피해자로 적시하거나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 一本主義) 위배 등 검찰의 공소사실의 허점을 지적하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두 사람을 기소한(4월25일) 지 159일 만에 열린 재판이다. 이날 김 전 장관 등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행위가 박천규 당시 환경부 기조실장(현 환경부차관) 등 직원들의 도움 없이 이뤄질 수 없는데, 이들 직원의 형법적 평가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임종헌 협조 판사는 공동정범으로 기소… 이 사건엔 왜 없나"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김 전 장관 등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정식 재판인 공판기일 이전에 법관에게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지시를 받은) 이 사건 실행 행위자에 해당하는 박 기조실장은 사법농단사건의 경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협조한 판사들에 해당한다"며 "이들은 임종헌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있는데, (환경부 블랙리스트) 이 사건의 실행 행위자들은 (공동정범으로) 안 돼 있어서 궁금하다"고 지적했다.이어 "당시 박 기조실장 등 7명의 인물이 공소사실에 등장하는데, 이들이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고의 없는 도구에 해당하는지 특정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들이 '고의 없는 도구'라면 간접정범(타인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한 자), 고의가 있었다면 공동정범(공동으로 죄를 범한 자)으로 함께 처벌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공소장에 없다는 의미였다.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방해 혐의 역시 다른 사람들의 협조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 10명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로 공동정범인지 혹은 고의 없는 도구에 해당하는지 특정하라"며 "박 기조실장의 행위가 없었다면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는데, 피해자로 돼 있어 특이하다"고 부연했다.재판부는 환경부 공무원 인사에 대한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관련 단독범행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졌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에는 김 전 장관이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을 전보시킨 행위 자체를 따지지 않고, 전보를 시키기 위해 (직원에게) 기안서 작성을 시킨 걸 '직권남용'으로 기재했다"며 "이 부분에서는 인사권 행사 자체가 문제인데 기안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것을 기소해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추궁했다.아울러 김 전 장관이 그린에너지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 임명에 관여한 행위에 대해서도 "상법상 일반 회사 대표이사 임명에 관여한 게 김 전 장관 등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하는지 굉장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檢 공소장 피고인에 대한 나쁜 인상 심어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자체가 장황하고 산만한 데다, 피고인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공소사실을 수정하거나 재판부 의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 전 장관 등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10월 29일 오전 10시다.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2017년 7월~2018년 11월 장관 재직 당시 전 정권 인사를 축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12월~2018년 1월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다.





